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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토론회] 존엄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이주노동자 주거권, 현주소를 묻다.활동후기

지난 15일, ‘존엄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이주노동자 주거권, 현주소를 묻다’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현실을 돌아보고, 속헹씨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변화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1부는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본부 정책기획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와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가 이주노동자 숙소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김이찬 대표는 최근 사례를 바탕으로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구조적 착취의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가설 건축물에서의 열악한 거주 환경, 과도한 숙소비 공제, 불합리한 이면 계약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었고, 이는 일부 고용주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와 관행의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정영섭 활동가는 제조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가설 건축물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공장 안에 지어진 숙소 특성상 심각한 소음과 진동에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숙소 미제공’으로 계약서에 기재한 뒤 실제로는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는 편법 사례들도 지적했습니다.

2부는 박희은 경기이주평등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최정규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발제에 이어, 이미숙 위원장(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손진우 소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원규 국장(경기도 이민사회국)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기숙사 개선 대책을 속헹씨 사망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사망 전에는 비닐하우스는 기숙사로 불허되었지만, 그 안의 가설 건축물은 허용되었고, 사망 이후에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은 불허하되 외부의 가설 건축물은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을 빌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거주환경에 놓여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손진우 소장은 이주노동자의 숙소 문제를 단순한 주거권 차원을 넘어 ‘존엄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주가 숙소를 제공하는 구조는 노동자들의 사업장 종속성을 강화하며, 주거와 일터의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삶의 터전, 인권과 노동권의 문제로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숙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으로 한국의 이주노동 정책과 행정의 무책임을 꼽았습니다. 현행 정책은 인력난 해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주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현재 주거 제공 방식은 고용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이로 인해 숙소의 질은 고용주의 인식과 비용 부담 의사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원규 국장은 이주노동자 주거권 문제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노동에 대한 차별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록 현재 경기도의 공식 정책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이민사회국 차원에서 마련 중인 정책 방향에 기반해 토론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하며,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단순히 어쩌다 한번 뉴스에 나오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차별과 착취는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속헹씨의 사망과 같은 비극이 발생했을 때에만 잠시 관심을 보일 뿐, 곧 잊혀지곤 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꾸준한 관심과 연대, 그리고 저항이 필요합니다.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외면받지 않고, 사회에 제대로 드러나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본노하고 연대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