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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와글와글 정치광장,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첫 번째 캠페인

3월의 마지막 날, 봄날을 만끽하기 위해 행궁동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와글와글 정치광장,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첫 번째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 반려동물과 함께 온 사람들로 동네가 시끌벅쩍했는데요,  우리의 요구를 담은 피켓과 목소리를 가지고 시민들에게 우리의 삶에 중요한 이슈들을 잘 살펴보고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임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날은 5개 단체에서 6분이 참여하셔서 소박한 규모로 진행되었는데요, 참여자들의 발언 분위기는 매우 대규모 집회 못지 않게 뜨거웠습니다. 여성폭력을 조장하는 문화를 방관하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비판, 기후위기에 대한 국회의 적극적 대응,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점검과 지원, 주4일제 근무에 대한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 중 최근 대구 지역에서 벌어졌던 국회의원 후보자의 이주노동자 사적 검문,체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이야기한 아샤 활동가의 발언문 전문은 아래에 공유합니다.) 

발언자들은 공통적으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중요한 문제의 해결을 정치인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투표 이후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이 정치에 냉소적이 될수록 정치가 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그것이 더 큰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니까요. 

사전 선거일이기도 한 4월 6일 오후 2시에 화성행궁에서 집중 캠페인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의제를 가지고 와글와글 목소리를 낼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아샤 활동가의 발언문 ]

며칠 전 사무실에서 한 동료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제가 물었습니다. “뭔 일인데 그렇게 열을 내고 그래?” 잔뜩 열받은 얼굴의 동료가 기사 하나를 공유해주었습니다. “극우 정당 출마자, 전국 돌며 이주노동자에 강압적 사적 검문·체포 자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71700001). 읽어 보니 대구 지역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화 목사가 주축이 돼 결성한 극우 성향 정당인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압적으로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등 사적 체포우려가 큰 활동을 벌이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박 후보와 박 후보가 이끄는 시민단체 자국민보호연대회원들이 소위 불법노동자들을 불법체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전국 각지를 돌며 길을 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러세워 억류하거나 이들의 거주지 사업장을 찾아가 붙잡아 경찰에 신고해 신병을 넘겼습니다. 이들은 이 과정을 찍어서 유튜브와 틱톡에 업로드하는데, 박 후보가 올린 한 영상을 보면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이주노동자들을 막은 채 야 일로 와, 일로 와라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인도에 강제로 앉히고, 자국민보호연대 회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주변을 둘러싸고 목덜미나 어깨를 잡아 누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 이들은 이주노동자를 바닥에 눕힌 채 가슴께를 누르며 솔직하게 얘기하면 봐줄게” “비자 없잖아, 우리가 확인했어라고 말하자 이주노동자는 전 비자 없어요라고 답합니다. 이들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이주노동자를 강제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합법인지 불법인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버젓이 실행에 옮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것이 용인될 정도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우리와 공존하는 존재를 불법적인간으로 대하며 그들의 인신을 함부로 취급하는 대담한 형태의 차별을 용인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퇴행한 것인가라는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닌게 아니라 3월 달 초 뉴욕타임스에는 한국이 이주노동자 보호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은 이주노동자가 필요하지만 그들을 보호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수출품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공장과 농장을 계속 가동시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노동력이라는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되는 인구통계학적 위기로 인한 여파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 출신 저숙련 인력 할당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인구 위기에 대응했다""고용주를 선택하거나 바꾸는 데 있어 발언권이 거의 없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약탈하는 고용주, 비인도적인 주거, 차별 및 기타 학대를 견뎌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실제 사례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이들을 비인도적으로 대하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찬드라씨는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공원에서 안전모도 없이 벌목 작업을 하다가 머리를 다쳤지만 사측은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찬드라씨는 "내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들은 나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대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일회용품이 될 수 있나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그들의 존엄성이,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존재가 덜 가치 있는 것인가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사는 나라에서 일하다가 다쳤을 때 찬드라씨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갈 건가요? 

저는 이 기사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구체적 어려움을 잘 드러낸 점도 좋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가,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우리나라의 시스템상 이주 노동자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습니다. 비전문비자(E9) 등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어업 등 총 5개뿐입니다. 또 규모가 큰 회사는 이주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제조업 분야에서는 고용인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기업만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다. 결국 국내 청년층이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가 채워 준 것입니다. 특히 국내 저출산 고령화 흐름을 보면 국가 생존을 위해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이민정책 전문가는 이민자가 없다면 제조업과 인구소멸 고위험군 지역이 많은 농촌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필요해서 데려와 놓고, 그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은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물리적 조건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사회구성원들이 자신과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다름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법률 중 하나가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니다. 2007년부터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16년이 넘도록 국회와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차별금지법 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혐오와 차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심각해지고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점점 더 커졌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그건 내 일이 아니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행위입니다. 그러한 정치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기 당의 권력만이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심판과 청산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불평등, 지역소면과 같이 한국 사회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위해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우리의 표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한 정치인들이 더 많이 선출되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시민들 역시 정치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것이 더 나은 정치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