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파놉티콘을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
지난달 21일 트위터에서 ‘북한 거리에서 차 마시자’란 글을 올린 사회당 서울시당 당원 박정근 씨가 국가보안법 상 고무·찬양 혐의로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당일 저녁 7시까지 가택 수사를 벌이며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스마트폰, 포이동 주거복구 공대위 회의록, 철거경비용역 근절 토론회 책자 등을 압수해 갔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종북 좌익 세력과 전쟁하겠다.”는 취임사를 통해 공안정국 조성의 의지를 밝혔고, 취임 직후 첫 공안 작품으로 ‘왕재산’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트위터리안 박정근씨의 압수수색은 공안정국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공안 경찰의 태도는 여러모로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사회당이 반북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 온 정당임을 공안 당국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굳이 압수수색을 하면서까지 국가보안법을 들이민 연유는, 사회적 서비스 망(SNS)에서 이뤄지는 표현의 자유를 엄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언론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통제하며, 사회의 합리적 의사소통 체계를 무너뜨린 이번 정권이 새로운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에 족쇄를 채울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의 전방위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파놉티콘(panopticon) 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파놉티콘의 개념은 일종의 이중 원형건물이다. 감옥 둘레에는 원형의 6층(또는 4층) 건물이 있고 수용자들의 수용시설은 이 건물에 배치된다. 수용실의 문은 내부가 들여다보이도록 만들어지고 그 앞에는 좁은 복도가 설치된다. 중앙에는 역시 원형의 감시 탑이 있는데 이곳에 감시자들이 머물게 된다. 감시탑에서는 각 구석구석 수용실을 훤히 볼 수 있지만 수용자들은 감시자가 있는지 없는지, 감시하는지 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그 결과 수용자들은 감시자가 없어도 수용자가 감시자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감시자가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위키백과 인용
쥐벽서 사건으로 불리는 G20그래피티 사건(G20 정상회의 즈음, 쥐20 포스터를 그린 대학강사 구속영장 청구 사건)이후, 공안 정국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상승한 만큼 공포정치에 대한 불안도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이번 트위터리안 농담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이 목적하는 바는 분명하다. 공안 당국은 농담조차 감옥에 가둘 수 있다는 엄포를 통해 SNS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압수수색 당시 반북 내용이 담긴 사회당 관련 책자는 빼고, 다른 서류들을 챙기면서 경찰들이 한 말을 유념해 보자. 경기도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경찰들은 압수수색 당시 “정치적인 입장과 관련 없이, 박정근씨 개인의 문제로 압수수색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압수수색영장에는 그동안 박정근씨가 했던 포이동 활동들이 혐의 사실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직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도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농담조차 감옥에 가두려는 이들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들이 가두려는 것은 트위터리안 박정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과 하나하나의 말과 행동, 모두라는 것. 결국 이러한 의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우리 내면의 위축과 검열의 파놉티콘을 세우지 않는 것이 아닐까.
* 박진님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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