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의 폭력,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회적 문제
SK그룹의 사촌동생이자 물류업체 M&M사장인 최철원씨가 노동자를 폭행하고 매값을 지불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돈만 있으면 개인 목숨에 대해서도 전권을 쥘 수 있는 사회. 경제위기가 오면서 서민들은 점점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전무하고 오히려 극심한 폭력으로 서민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사회.
더 나아가서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국가와 기업의 폭력이 점점 제도화되어가고 있다. 철거현장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노점상들에게 가해지는 용역깡패의 폭력은 점차 기업화, 사회 구조화 되어가고 있다. 잔인한 용산참사를 겪었음에도 이 사회는 조금도 반성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9월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지회 노동안전부장과 명동 재개발세입자대책위 위원장이 참석해서 현장진술을 했다.
유성기업의 경비용역 폭력건은 이미 뉴스에서도 많이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폭력행위에 대해 들으니 어떻게 그런 폭력이 가능한지 새삼 놀랐다. 유성은 경비용역이 일상적인 감시뿐만 아니라 대포차량으로 인도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돌진하여 13명이 중경상을 입혔으며, 집회시 소화기를 뿌리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가하면, 돌맹이와 소화기를 던지는 등의 폭력행위로 많은 사람이 다치게 했다. 이런 용역의 폭력이 자행될 수 있는 것은 사태를 방조한 경찰과 노동부의 책임이 크다. 대포차량에 의한 고의적인 테러행위에도 경찰은 단순교통사고처리를 했을 뿐만 아니라, 폭력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해 쇠파이프 등 위험 무기에 대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며 폭력을 방조했다.
명동 재개발지역 역시 용역폭력이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임산부에 대한 폭행이나 70대 이상의 노인에 대한 폭행까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철거가 진행되기 전에 강제퇴거를 종용하기위해 벌어지는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용역깡패들이 상주 하면서 동네주민들을 협박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전단수, 낙서, 건물철거 등 일상적인 폭력들이 매일 반복되고 이런 폭력에 주민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더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폭력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벌어지지만, 이러한 예비단계의 폭력은 폭력으로 간주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재개발 현장에서도 경찰의 묵인, 공조가 나타나는데, 얼마 전 명동 마리 철거현장에서는 각목과 소화기를 든 용역깡패가 세입자들을 덮쳐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는데도 경찰은 현장주변에서 방관만 하고 있었다. 관할 구청역시 폭력적인 철거에 대한 민원에 '구청이 하소연 하는 곳이냐', ‘개발한다는 임자가 있을 때 빨리 정비하도록 도와주는 곳이 구청’이라며 개발업자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용역깡패의 폭력은 용역업체, 철거업체 등 직접고용한 업체의 문제이며, 이를 사주하는 시행사, 사업주의 문제이다. 뿐만아니라 이를 묵인 방조, 협조하는 경찰등 관계기관 모두의 문제이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범죄적 커넥션의 구조적 폭력이다.
이에 대해 민변의 민병덕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노사분규현장, 재개발 및 각종 개발사업현장, 노점상 철거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 법치주의 현상은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하고, 실효성 없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경비업법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비업법을 위반해도 처벌하지 않는 경찰행정의 방임, 행정관습 등에도 원인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토론에서 금속노조 법률원 임선아변호사는 "노동현장에서 경비원에 의한 폭력행위는 결국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사용자의 동기’와 ‘폭력 및 탈법행위라는 적극적인 수단을 사용 할수록 많은 사용자로부터 계약을 획득하게 되는 경비업체의 이익구조’가 맞물려서 심화되고 있다면서 경비업법 뿐만아니라 노동법에서의 부당노동행위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철거현장의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비업법의 시급한 개정과 강제퇴거금지법이 조속히 재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경비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동영의원을 비롯하여 용역폭력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경찰청에서도 참석을 하여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비업법적용이 안되는 용역폭력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력중이라면서 단속을 할 수 있는 관련법이 없는데 경찰탓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폭력행위가 버젓이 경찰 눈앞에서 벌어지는데도 방관한다거나 폭력행위 이후에도 조사나 처벌을 하지 않기 때문에 폭력행위가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경찰의 폭력방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돈으로 용역업체라는 사병을 사고, 서민들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가해도 이것이 묵인되고 용인되어지는 사회분위기, 용역깡패의 폭력에 대해 단속을 해야 할 경찰이 공조하고 관계된 행정부서가 협조하는 행정구조속에서, 용산참사와 같은 극대화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있는 서민들의 삶을 이 사회는 보호 할 수 있을까?
용역깡패의 폭력을 막기위해 관련 법안을 만들려는 노력들, 각종 토론회, 현장에서의 고민들, 그 밖의 많은 활동에 작지만 간절한 기대를 걸어본다.
* 어리버리님은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입니다.
*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카이브 > (구)웹진_<다산인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의 날개를 달고 버스 날다 _ 먼산바라기 (0) | 2011.10.17 |
---|---|
농담을 감옥에 가두는 사회 _ 박진 (0) | 2011.10.17 |
인디아나존스 (1) | 2011.10.17 |
쌍용차 '별의별 1인시위'에 참가하고 난 후 _ 연대 (0) | 2011.10.17 |
서울시 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다녀왔어요 (0) | 2011.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