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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이상언의 현장이야기 ②] 나는야 귀족노조!!??


이 분 직장이 기아자동차입니다. 얼핏 들으면 대(!)기업 다닌다고 부러워할 만한 사람. 근데, 아닙니다. 비정규직. 그것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의 비정규직입니다. 이 분의 웃기고, 어이없고, 가슴아픈 현장이야기를 지금부터 연재합니다.




얼마전 이명박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자동차, 만도기계 등을 언급하며 "귀족(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사실 이 내용을 언론을 통해 봤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학교때 사회책에서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노동자의 권리라고 배웠는데 일국의 대통령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모를 리는 없고(혹시 모르나??) 어떻게 대놓고 노동자의 파업권을 부정하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동안 저 무지함이 쌍용차, 유성기업, KEC, 3M, 발레오 만도 등 수많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과 권리행사를 발로 짓밟아왔는지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사실 저들은 툭하면 ‘귀족노조’ 운운하는데 투쟁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해온 노동자들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그동안 사회적 현안이나 연대투쟁에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은 반성해야 하지만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을 확대해온 저들이 주장하기엔 전혀 진정성이 없다. 
 
그런데 여전히 걸린다.
나도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다 보니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나 같은 그룹사 소속.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인 나와 우리 동료노동자는 정말 귀족(고소득)노조 조합원일까?
곰곰이 되물어 본다. 그래서 나의 일상을 되짚어 봤다.

나는 매일 새벽 6시면 일어난다. 
출근하려면 이때 일어나야 한다. 대충 씻고 있으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주는 예쁜 우리 아가와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부인의 얼굴을 보며 회사 통근차에 몸을 싣는다. 매일 8시간 근무외에 잔업을 두 시간씩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집에 가면 저녁 9시쯤이다. 찜통 같은 더위에 땀으로 샤워를 하면서 컨베이어를 타다보니 집에 가면 그냥 뻗는다. 

매일 새벽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회사에 붙잡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난 주간고정 근무다. 
같이 일하는 대다수의 공장 노동자들은 일주일 단위로 주야근무가 바뀐다. 다음 한주는 밤새 잠 한숨 못자며 야간노동을 해야 한다. 나도 한때 3개월정도 야간노동을 해봤는데 밤에 잠 안자본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낮에 자면 되지 않냐’ 말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몸의 리듬이 일주일단위로 바뀌다보니 만성무기력증에 시달리고 건강한 사람들도 십년 일하면 몸이 망가진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밤에는 잠 좀 자자’가 절박한 요구다.  

이뿐이 아니다.
주말에 좀 쉴라하면 주말(토,일)에는 보통 회사가 노동조합을 설득해 특근을 잡기 일쑤다.


공장에 일하는 대다수의 노동자 일상이 이렇다. 

하기 싫어도 자본의 강요에 의해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OECD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하는 국가가 되었다. 결국 귀족노조, 고소득의 실체는 자본의 강요에 의한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라는 것이다. 

저들이 말하는 노동자는 연봉을 많이 받으면 안되라는 법은 없으나 올해는 이 고리를 내용적으로 끊으려 한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귀족노조 노동자들이 앞장서 적극적인 파업권 행사로 금속노조 15만의 핵심요구인 장시간, 야간노동 철폐하고 8시간 근무 월급제 등을 쟁취하려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인 비정규직 철폐,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와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하여. 그래서 기아차는 이번주에도 파업투쟁에 들어간다.

귀족의 딱지를 끊기 위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
  
 ■ 글 : 이상언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기아자동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