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 시대는 마을은커녕 아이가 엄마, 아빠 얼굴보기도 힘든 시대입니다. 맹랑길님 역시 육아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아이를 통해 새삼스레 배우는 것도 많은 요즘입니다. 맹랑길님의 육아일기를 살짝 엿볼까요?
하루 종일 아이를 위해 먹이고, 치우고, 재우고, 씻기고를 반복하다보면 육아에 갇혀 사는 내 모습이 스스로 안타까울 때가 있다. 부모마다 육아에 대한 시선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겠지만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육아’에 갇혀 산다는 표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과 아이를 보살피는 일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고, 아이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자 우울 그 자체였다. 남편과 육아 부담이 나눠지지 않는 문제점도 있지만 도저히 나눠지지 않는 부분은 내 안에 켜켜이 쌓여가기만 했다.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그러고도 아이 서넛은 거뜬히 키우고 먹였다고 말 한다면, 글쎄 나는 정말 입을 다물고 싶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가장 큰 이유를 대라면 “엄마니까”라는 말이 튀어 나올수밖에. 엄마, 이 이름만큼 우리 입에 습관처럼 다라 붙은 말이 또 있을까.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는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 나이 서른을 훌쩍 넘어 첫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많은 것들이 낯설고, 어설픈 것 투성이었다.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뻤지만 출산하고 서너 달은 회복되지 않은 몸 때문에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다 받아주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것 같아 후회가 들었다. (아기는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을 때가 가장 사랑스러운 것 같다.ㅋㅋ)
그런데도 신기한 것이 아이가 한달 두달 자라면서 생활의 많은 부분이 수월해졌고,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 아빠의 행동 하나하나가 스폰지처럼 흡수되는 아이를 보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해서는 안 될 행동과 말들에 대해 매일 되새겨야 한다는 다짐이 들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가 방에서 걷다가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을 걸려 넘어져 울고 있었다. 아이를 달랜다고 장난감을 향해 “때찌, 때찌”하며 장난감을 때리는 흉내를 내었다. 그 후로 아이는 자기가 걷다가 걸리는 사물에게 시도 때도 없이 ‘때찌’를 날리는게 아닌가. 게다가 엄마, 아빠, 할머니 등 사람에게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사물이 무슨 잘못일까. 잘못이 있다면 아이에게 잘 설명해주지 않고, 책임을 사물에게 돌린 엄마의 잘못이겠지.
아침에 나가 밤 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엄마와 둘이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날도 많다. 하루 종일 아이와 있다보면 아이에게 “안돼!”라는 말을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위험해, 더러워, 먹는게 아냐 등의 말들을 함축시킨 이 말이 짧고 내뱉기는 쉬은데 받아들이는 아이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해서는 안되는것이기에 엄마가 저러나보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아이와 지내면서 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내 마음의 평화’나 ‘평정심’ 같은 것들이다. 엄마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고 자유롭지 않으면 아이를 대함에 있어 안정감을 결코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기른다는 것, 그것은 생명을 만든 부모를 더 어른으로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 또한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만든다는 것, 결코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은 무얼하며 즐거운 하루가 보낼까’를 생각하 아이가 온 집안을 휘저으며 어지렵혀도 그 까짓것 하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
■ 글 : 길은실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육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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