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그러나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월, 2심 재판부는 아리셀 대표이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고작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리셀 공장 내 유해 수습은 채 마무리되지 못했다. 아리셀의 비극은 우리 사회에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이다.
아리셀 참사로 희생된 23명의 노동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한 농어촌과 산업 현장을 오래전부터 채워왔다. 아리셀 참사는 개인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비용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해 안전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한 ‘위험의 이주화’가 만든 참사다. 공식 집계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국내 이주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률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3배나 높다.
정부는 아리셀 참사 이후 이주노동자의 노동 안전 대책을 이야기했다. 모든 이주 노동자가 비자 종류와 상관없이 반드시 산업안전 교육을 받도록 하고, 사업장에 안전 설비 지원을 확대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맹이는 빠져 있다. 원청이 하청에게 책임을 전가하던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한 현장에 부족한 인력을 이주노동자로 메꿔 위험을 떠넘기는 ‘위험의 이주화’와 이주노동자를 '싸게 쓰고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이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리셀 참사 희생자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여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재판부가 감형 판결을 내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켰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울타리를 와해시키면서 ‘위험의 이주화’를 묵인하는 꼴이 되었다.
대법원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한 기업에 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차별 없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분명하다. 국적과 체류 자격을 떠나 모든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받는 곳이다. 위험을 특정 집단에게 떠넘기는 구조 속에서 안전한 사회는 없다.
2026년 6월 24일
다산인권센터
'활동 > 입장•성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명] 더 이상 웃어넘길 수 없다 — 혐오를 넘어 평등의 길로 (0) | 2026.05.15 |
|---|---|
| [성명] ‘근로’에서 ‘노동’으로, 이름의 회복이 노동권 회복으로 이어지길 (0) | 2026.05.01 |
| [공동성명] 이주민 차별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대상 확대하라! (0) | 2026.04.20 |
| [공동성명] 사업장변경 제한 폐지 법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의 자유 보장되어야 (1) | 2026.04.07 |
| [성명]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평등과 존엄의 사회로 (0) |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