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근로’에서 ‘노동’으로, 이름의 회복이 노동권 회복으로 이어지길
지난 4월 22일, 23명의 희생자를 낸 아리셀 참사의 주범인 박순관 대표에게 재판부는 고작 징역 4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우리는 죽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일하러 왔다"고 절규하던 유가족들의 호소는 기업의 이윤 앞에 노동자의 생명이 얼마나 가볍게 취급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증거이다. 이러한 비정한 현실은 아리셀 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소모품처럼 사용되다 버려지는 위태로운 환경에 놓여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16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체 평균보다 세 배나 높은 산재 사망률은 이들이 얼마나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지 증명한다. 단순히 산재참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장이 쏜 에어건에 장기가 손상되거나 쇠구슬 총으로 위협받는 등 일상적인 폭력과 괴롭힘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농업 현장에서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를 숙소로 쓰면서 하루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도 임금을 착취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낯선 땅에서 꿈을 일구려 했던 이들에게 한국은 이제 존엄을 포기해야만 버틸 수 있는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올해 5월 1일은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을 벗고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아 공휴일로 지정 되었다. 그러나 이번 노동절의 핵심은 단순히 ‘하루를 쉬느냐 마느냐’에 있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을 하며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권리가 보장 되지 않는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노동절은 단순히 휴일의 숫자를 늘리는 날이 아니라, 그동안 노동자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의 권리를 회복하고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쟁취하는 날이어야 한다.
변화는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존엄’을 회복하는 것과, 이를 지탱할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기계 부속품이나 비용 절감의 도구가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이다. 폭언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아프면 쉬고 치료 받아야 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환경을 보장 받아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존엄이자 권리이다.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저항할 수 있고, 위험한 환경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63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과 위험 속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 더 이상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 모든 일하는 사람이 차별 없이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한다.
2026.05.01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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