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더 이상 웃어넘길 수 없다 — 혐오를 넘어 평등의 길로
매년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이다. 1990년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다. 성소수자는 교정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존엄을 가진 사람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35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성소수자 인권 운동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기 위한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 동료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의 존재 부정과 배제에 맞서 인권 보장과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에 발맞춰야 할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성장은 여전히 부진하다.
202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성소수자에 관한 국가적 통계가 부재한 현실에서, 이번 대규모 실태조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과연 성소수자의 권리와 존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냥 '게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들한테 좀 웃긴 단어가 된 것 같긴 해요."라는 조사 참여자의 말은 성소수자에 대한 가시화와 관심의 이면을 극명히 보여준다. 성소수자 존재가 연대와 지지로 이어지는 않을 때 오히려 새로운 혐오와 차별의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차별을 경험하고도 78.3%가 참거나 묵인했다. 신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무력감 때문이다. 혐오를 규제할 법적 근거도, 차별을 구제할 제도적 장치도 없는 현실에서 인식과 제도가 서로를 견인하며 함께 나아가야만 한다.
2026년부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로 새롭게 이름을 알린다. 이제는 혐오 반대를 넘어 평등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의 시작인 것이다. 혐오에 반대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의 단초로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제도의 변화 또한 혐오와 차별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산인권센터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혐오의 벽을 넘어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에서 변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 5·17 성소수자 평등 대회'를 통한 연대의 힘을 기반으로 오는 6월 '경기도 차별 철폐 대행진'의 발걸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게 끝까지 함께 걸어갈 것이다.
2026.05.15.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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