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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입장•성명

[기자회견] 사업주에게 면죄부 준 고용노동부는 후센님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잘못된 해석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사업주에게 면죄부 준 고용노동부는 후센님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잘못된 해석을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 2월 16일 경기도 평택 회사 소유의 기숙사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도네시아 29살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기숙사는 4층의 낡은 빌라로 2024년에는 누수로 복도에 물이 차오르는 등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있던 건물이었다. 

고용노동부는 기숙사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사업주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기숙사가 아니라는 황당한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를 종결시켰다. 

근로기준법상 기숙사는 사업장 내 또는 가까운 거리에 설치되어 상당수의 노동자가 숙박하며 공동생활을 실체를 갖춘 것을 말하는데, 고인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은 각각의 빌라 호실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기숙사가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대하여 사업장에서 관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기숙사가 아니고 단순 숙소라고 판정을 내렸다. 기숙사에서의 일상생활에 사업주가 관여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사생활을 침해해야 기숙사란 말인가?

사업주인 영창정밀은 외국인고용법에 의거하여 기숙사 시설표를 제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매월 관리비로 5만 원을 납부했다. 이런데도 기숙사가 아닌가? 애초에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에 들어온 기숙사 관련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기숙사를 근거로 했다. 

근로기준법상 기숙사와 외국인고용법상 기숙사가 다른 개념일 수 없다. 두 개념이 다르다는 걸 누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기숙사와 외국인고용법상 기숙사가 다르다고 설명이라도 했단 말인가? 근로기준법 기숙사와 외국인고용법상 기숙사가 다르다면, 사업주가 두 개의 기숙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런 황당한 해석이 나올 수 없다. 후센 님이 살았던 빌라는 사업주가 관리·감독해야 하는 기숙사로 사업주는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 씨는 2020년 겨울 영하 20도의 추위에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현실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막혀 있는 고용허가제 아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기숙사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지 못한다. 

작년 11월말 경기도에서 폭설이 내렸을 때도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를 비롯한 부실한 건물에서 아주 위험한 상태로 내몰렸다. 이번 후센씨 사망사고에서 또 드러났듯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숙소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빼앗아 간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임시 가건물 기숙사를 다 철거해야 할 뿐 아니라, 사업주가 안전하고 쾌적한 기숙사를 제공하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만이 아니라 조립식 패널 건물, 낡은 빌라, 낡은 원룸 등 이주노동자 기숙사 실태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와 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 사업주가 가스 누출, 감전, 누수 등 기숙사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제대로 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 면죄부가 이대로 용인된다면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는 더 나빠질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안타깝게 숨진 후센 님을 다시 한번 추모한다.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해석은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고용노동부 평택지청과 자본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힘차게 싸울 것이다. 

2025년 4월 22일 
“회사 소유의 기숙사가 기숙사가 아니라고요?”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사건 책임 회피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