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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예비교사 푸른솔의 교육희망①] 기본으로 돌아가는 학교


푸른솔님은 내년 졸업을 앞둔 예비교사입니다. 요즘엔 다산인권센터 인권교육팀에서 바쁜 시간 쪼개가며 인권교육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이 많습니다. 졸업하면 어떻해야 하나, 또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예비교사 푸른솔님의 고민, 함께 들어주실래요?



그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의 이름(별명)을 대놓고 부른다. 말할 때도 반말을 쓴다. 교무실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들락날락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긴 아이들도 많다. 아니,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교권이 무너지는 현장, 무력한 교사, 거친 아이들... 뭐 이런 용어들이 떠오른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쓴 건 아니다. 6월부터 내가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산어린이학교-초등대안학교-의 이야기다. 

산어린이 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안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반말을 쓴다.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먼저 존대말을 쓰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반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서로 반말을 쓰는 이유가 존대말/반말과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하니까. 아이들 역시 교사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잘 따른다. 학교에 처음 와서 뭘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이것저것 잘 가르쳐준다. 

물론 대안학교라고 해서 학생들이 모두 친절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민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툭하면 욕하고, 싸우고, 때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얄미울 만큼 자기 것 챙기려들고, 탄산음료도 과자도 좋아하는 천상 아이들이다. 
 
이게 무슨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을 하는 방법을 알 수 있어요’도 아니고, ‘대안적 삶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초등과정 6년 만에 나타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집에 돌아가면 소비를 조장하는 삐까번쩍한 쇼핑몰에, 컴퓨터 게임에, 텔레비전 등등 전혀 ‘대안적이지 않은’ 삶의 모습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데 말이다.
 
다만 제도권 학교 학생들에 비해서 밝고, 자기 표현도 잘하고, 잘 논다. 축구든, 전통놀이든, 목공이든,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갇히지 않고 잘 노는 것이 보기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말 ‘애 같아서’ 좋다! ‘요즘 애들’은 애들이 아니라느니, 때 묻었다느니 이야기하지만, 산어린이학교의 넓고 시원한 평상에 앉아서 아이들이 노는 양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건 다 학교와 학원 때문인 것만 같다. 쓸 데 없는 간섭과 욕심만 거두어내면, 이렇게들 순수하고 예쁜데 말이다.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기본’을 지키는 교육. 대표교사가 이야기해준 산어린이학교의 ‘모토’다. 그렇다. 산어린이 학교 아이들은 정말 ‘초딩답다’. 초등학교 시절에 ‘초딩답게’ 클 수 있게 해주는 것. 미래를 위해 지금 불행하라고 을러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하게 해주는 것. 대안교육운동은 전혀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는 교육이기 이전에,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글 : 푸른솔 (인권교육팀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