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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일본에서 부치는 편지①] 첫 인사


우린 그녀를 '초미녀 작가'라고 부릅니다. 사실, 그녀의 첫 인사가 그랬다고 우린 주장하지만 그녀는 결단코 자신이 먼저 초미녀 작가라고 소개한적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지금 일본에 갔습니다. 다산인권센터 매체편집팀장의 임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훌쩍 떠났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녀를 놓아 줄 수 없었기에 이렇게 좌충우돌 초미녀 작가의 일본생활을 <다산인권>을 통해 만나려 합니다. 그녀는 박선희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모름지기 ‘두근두근’과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대면이라면 첫 대면인데 어떤 시작으로 두근두근한 마음이 들게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저는 지금 오사카에 있습니다. 오사카에서도 벤텐죠라는 작은 변두리 마을에 있지요. 서울로 치자면 위치는 영등포 쯤, 분위기는 상도동 쯤. 사실 상도동 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깨끗한 편이긴 합니다. 남편이 오사카에 있는 금강학교라는 곳에서 몇 년 근무를 하게 되어 다섯 살 난 딸아이와 함께 몸은 훌쩍, 마음은 천천히 떠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현실감각이 좀 떨어지는 편이고 걱정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아직은 무난히 지내고 있습니다만, 문득문득 곧 굉장히 외로워질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어 혼자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별 것 아니라고 말입니다. 내 인생의 몇 할 정도는 그런 외로움과 함께여도 나쁠 것 없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비행기표도 엄청나게 싸졌으니까 여차하면 다녀오면 되지, 이렇게 믿는 구석도 있기는 하지만.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밤이었습니다. 물가가 비싼 앞으로의 일본 생활을 고려해서 최대한 저렴한 항공편을 구하다보니 열한 시 넘어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지요. 맨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나무 모양이 다르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으로, 그러니까 아직 한 번도 발을 디뎌보지는 못했지만 남편이 두 달 먼저 들어와 살고 있었던 곳이니까 ‘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유심히 살펴본 것은 나무의 모습이었습니다. 불 밝힌 도시의 모습이란 어디서나 비슷비슷하니까 그럼 다른 건 뭘까 하는 마음으로 버스 창밖을 내다보다가 마침 가로수 길이 펼쳐졌는데 어둔 눈에도 이파리의 생김새나 전체적인 윤곽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 나무가 다르구나, 참 좋다.’ 그랬습니다.

어렸을 때 산동네에 살아서인지 저는 나무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이 좋으냐면 그 연두빛 초록빛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가지 사이로 하늘이 하늘거리는 것도, 비 오기 전후 뽐내는 향긋한 냄새도 모두 좋습니다. 사실은 오래되어 기둥도 굵다랗고 가지도 이리저리 굽이쳐있고 셀 수 없이 많은 나뭇잎이 달린 아주 커다란 나무를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어리고 작은 나무들도 그 나름의 멋이 있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나무들을 만나는 일은 저에게 굉장히 두근대고 즐거운 일입니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첫 희망을 ‘나무’에 걸었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된 생활입니다. 
 
일상은 여기서도 생활답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직 유치원에 보내지 못해 하루 종일 딸 아이와 씨름 중입니다. 다정하게 눈 맞추고 웃으며 일어나 깔깔대고, 귀찮아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달래고. 마음속으로 본격적인 일본생활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부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 아이의 첫 등원입니다. 계획과 달리 일본 아이들만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게 되어 걱정이 많지만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담대하게 받아들이자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번 이야기는 더 다이나믹해지지 않을까 혼자 기대해봅니다.  
 
3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3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은 가늠하기 힘듭니다. 사실은 어디에 있는 누구의 인생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가늠하기도 예측할 수도 없는 게 ‘진짜 인생’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매순간 살아움직이니까 그리고 언제나 의외의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의외의 변수가 되도록 기막힌 한 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당연히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20주년이 된 다산의 변화된 모습과 함께 발을 맞춰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기막힌 한 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기분 좋게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그러니까 또 만나자는 이야기죠 뭐.   

■ 글 : 박선희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일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