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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웹 소식지 몸살

[웹 소식지 몸살 20호_2023 겨울] 다산이 만난 사람들

벗바리 여러분은 '활동을 한다'라고 이야가 하면 어떤게 제일 먼저 떠올리시나요? 다산의 상임 활동가들과 현장에서 투쟁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떠오르겠지만 '지원단체'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은 적을 것 같아요. 현장과 지자체(정부)를 연결하는 다리인 '중간조직'에서 일을 하는 벗바리가 있습니다. 몸살 겨울 호에는 연결 다리로써 활동을 하고 있는 박경아 벗바리 님을 만났습니다.

벗바리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정책협력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경아라고 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한 20여 년 일하기도 했구요. 그전에는 경기복지재단이나 경기도광역자활센터, 서울복지재단 같은 중간 지원 조직에서 정책개발, 거버넌스 그리고 지원 사업 같은 일들을 담당했었어요. 그러다가 시민사회 영역에 약간 갈급함이 있어서 올해 초 공익활동지원센터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우선 하나는 정책 관련된 일이고 두 번째는 협력 네트워크 관련 일이 주일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정책 연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시민사회나 공익활동 분야의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곳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기도 차원의 정책 연구가 필요한 것들이 있어요. 실태 연구나 아니면 이번에 다산이랑 같이 했던 그런 현안 지원 연구들을 추진을 하고 있어요. 두 번째 협력 네트워크는 기록을 모아서 정책을 지원하고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들을 하는 사업이죠. 저희 팀 안에서는 협력 사업으로 시군이나, 타 단체들과의 네트워크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정책 분야에서는 온라인 자료관과, 아카이브 에디터 활동 등을 하고 있어요.

 

사회복지 분야로 일을 하셨는데, 현장이 아닌 중간 조직에서 일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첫 직장을 서울시 중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시작했어요. 20대 완전 초반 때 오후랑 주말에는 대학원 다니면서, 오전에는 중구청에서 노숙인 상담하는 역할을 했었죠. 을지로에 노숙인 분들을 다 만났어요. 그때 별명이 노숙 소녀였어요. 수많은 노숙인분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현장이 정말 필요 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웃리치 상담하고 그 내용 기록하고 쉼터로 모셔오고 했죠.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그 자리에서 술을 먹고 노숙인 분이 더 안 좋아지는 모습들을 봤어요. 그리고 당시 시장이 '디자인 서울' 정책을 펼치면서 노숙인들 못 눕게 의자 칸막이를 설치하고, 저녁에 물청소 시키는 거 보면서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노숙인들이 사용하는 판자가 주는 따뜻함이 있거든요. 일부러 가서 저도 자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서울시 행정에 너무 망연자실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 노숙인 정책을 지원하는 서울복지재단에 들어갔죠.

당시 서울시복지재단이 1기 서울시 복지계획 수립하는 과정이었고, 제가 노숙인 복지계획을 수립하는 연구원으로 같이 참여했어요. 그 과정에 중간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서울복지재단이든, 중간지원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 도움이 필요한 곳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중간지원 조직에서 일하면서 지역사회를 만나고 있는데 어떠세요?

중간지원 조직이 가장 하면 안되는 게 옥상옥이거든요. 중간지원 조직이나, 재단이나 만들어질 때 현장에서는 "없어도 되는데 왜 옥상옥을 만들어"라고 생각해요. 중간지원 조직은 현장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해요. 공공에서는 현장을 지원하는 직접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에요. 그러다 중간지원조직이라는 곳을 통해서 현장을 지원해요. 중간지원 조직의 역할은 공공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소통하고 현장을 잘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현장을 잘 알려면 나가야죠. 그냥 앉아가지고 신청서 오면 그거 보고 '행정서류 잘 됐는지'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고,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시의적절하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해요. 현장을 이해하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뭔지 알려면 많이 만나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센터가 생긴지 4년 밖에 안 된 신생 조직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당장 도에서 요청하는 사업들을 하느라 되게 바빴어요. 이제는 현장에 많이 다니면서 정말 필요한 공익활동 지원의 역할들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더 적극적인 현장 밀착형 협력 사업들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다산 신규벗바리로 후원회원이 되셨는데, 다산과의 인연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이전 웹 소식지에 인사말 할 때, 다산을 알게 된 게 10년 전이라고 했어요. 근데 제가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후에 생각을 해봤는데 다산을 알고 지낸 건 2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사회복지 하면서 대추리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어떤 영상을 봤어요. 그 영상에 송원찬 선생님이 열변을 토하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걸 보고 저 사람은 누굴까?' 했는데 영상으로 다산인권센터가 딱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다산인권센터를 알게 됐죠. 그 시기쯤에 경기복지시민연대 활동을 했거든요. 한 17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들도 알게 되었죠. 긴 시간 다산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단체들은 막 후원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다산인권센터는 왜 나한테 벗바리 하라고 연락을 하지 않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락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선지영활동가에게 "왜 나한테 후원 요청을 하지 않아?"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어요. 근데 기후위기와 주거권 평가회의 했을 때 "다산 벗바리가 되어주세요. 후원회원 가입 부탁합니다" 그러더라고요. 다산하고는 연은 길었는데, 늦게 벗바리로 함께 하게 되었네요.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본 다산과 벗바리로써 지켜본 다산의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큰 차이는 다산인권센터가 한 걸음 나가는데 나의 참여가 보탬이 된다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다산에서 요청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산의 인권운동 걸음에 같이 뛰는 동료로서의 자부심이 생겼죠.

 

다산과의 '걸음'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게 무엇인가요?

최근에 인권기행에 우리 아이랑 같이 참여했어요. 아이가 6살이고 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인권기행에서 걸으면서 봤던 것을 기억하고, 먹었던 음식들을 갑자기 설명하기도 해요. 그때 주변에 들깨가 많아서 엄청 털었거든요. 근데 우리 딸이 들깨를 보더니 "엄마 이거 그때" 이러면서 그 기억을 하더라고요. 인권기행이 아이한테도, 저한테도 되게 좋은 추억이 됐어요. 그 전에 제가 활동하는 공간에 아이와 함께 어떤 문화적 경험이나, 추억이 없었는데 이번에 인권기행 참여가 너무 감사했죠.

 

이번에 '기후위기와 주거권' 네트워크 사업을 함께했는데 어떤 점이 기억에 남으세요?

제가 4월에 입사를 했는데, 센터에서 3월쯤에 이미 계획이 잡혀있었어요. 다산이랑 함께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반가웠죠.

저는 기후 주제는 잘 모르고 주거권에는 관심이 많아요. 10년 전 다산과 첫 만남도 반빈곤모임이었어요. 그 중에 주거 빈곤 관련한 고민도 했었죠.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의식주라고 하지만 저는 주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복지 커뮤니티 쪽에서 주거가 되게 중요하고, 쾌적하진 않지만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노후까지 살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죠. 기후위기를 논의 할 때 20년 전 쯤 빈곤체험 하면서 서울 쪽방촌에서 선풍기 없이 지냈던 경험이 떠올랐어요. 옛날 기억들 속에서 기후 위기와 관련된 기억을 계속 찾게 되네요. 요즘 아이 어린이집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배우는데, 아이가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아빠한테도 음식 남기면 안 된다고 엄청 얘기하고,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에게 버리지 말라고 얘기도하고요.

솔직히 이번 네트워크 사업은 행정적 지원으로 만 참여하는 연구였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함께 만들고 싶어서 "연구 과정에 같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말하니 진경아 활동가가 여러 개의 케이스를 주시더라고요. 연구 과정을 함께 하면서 중간지원조직뿐만 아니라 현장의 역할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 낸 이야기를 공공에서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함께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번 ‘기후위기와 주거권’ 실태조사 사업은 기존 방식대로 단순하게 할 수 도 있었지만,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모아 교육하고 시민조사단으로 함께 활동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왜냐하면, 시민들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한 번 고민하고 교육을 통해서 두 번 고민하고 현장에 나가서 당사자 얘기를 들으면서 또 고민을 갖게되는 과정이 시민학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 포럼에 같이 참여함으로써 함께 성과를 나누는 것도 좋았어요.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산이 했으면 하는 활동이 있나요?

저는 다산이 지금까지 너무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했고 항상 고민하면서 현장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당사자들 얘기를 들으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고 있죠. 근데 거기에 좀 추가하면 이번에 연구하는 것처럼 정책적인 부분에서 고민을 더 해줬으면 좋겠어요. 활동 단체이긴 하지만 다산의 기능을 봤을 때 인권과 관련되어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한다 생각해요. 모든 것을 다 다산에게 물어봐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약간 중간 지원 조직에 변형된 형태로 활동할 수 있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후위기와 주거권처럼, 다양한 연구 주제들 속에서 인권의 이야기를 풀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다산과 벗바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우선은 정부의 탄압에도 굳건하게 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너무 감사하고 대견하고 멋져요. 2024년에는 같이 연대하고, 활동하고 그리고 우리들의 목소리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치지 말고 활동하는 활동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어디서든 잘 버텼으면 합니다.

다산 벗바리 여러분~ 제가 느끼는 다산에 매력에 많은 분들이 빠지면 좋겠어요. 오늘 인터뷰에서 제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벗바리님들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다산 활동에 한 번 더 찾아와서 관심 갖고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