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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웹 소식지 몸살

[웹 소식지 몸살 19호_2023 가을] 콕 집어 인권 "'결혼'은 무엇인가요."

'결혼'은 무엇인가요.

상임활동가 라이언

요즘 저에게 가장 큰 관심은 '결혼'입니다. 여러분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어떤 단어인가요?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단어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회 제도' 중 하나일 뿐이겠죠. 저는 20살이 되었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 말하고 다닐 만큼, '결혼'이라는 단어가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건 저에게 긍정적인 단어였어요. 그런데 제가 내년에 결혼식을 하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결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른 의미에 상처를 받는 일들이 많아졌네요. 

출처 : MBC 방송 이미지 캡쳐

최근 짝꿍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평소 "내 꿈은 서른 중반이 되면 카페를 차리는 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카페에서 일 하는 것은 짝꿍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로 간다 했을 때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짝꿍이 '미혼'이 아닌 '기혼'이라는 이유로, 심지어 신혼부부라는 이유로 카페 면접에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면접에서 짝꿍에게 결혼 여부를 물어보고 자녀 계획이 있는지를 물어봤다는 것도 화났지만, 신혼부부라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속삭였다는 말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면접을 보고 온 짝꿍이 "그래도 일 잘하는 내 모습 봐서 뽑아 줄 것 같아" 라며 웃으며 말하길래 황당하고 화가 나도 넘어갔지만, 다음날 아침 짝꿍은 카페로부터 '함께 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짝꿍의 조부모님 댁을 '할머니네', '할아버지네'라는 표현을 쓰고 짝꿍의 동생들에게 '처제'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친척들로 부터 잔소리를 듣기 까지 했습니다. '결혼'이라는 단어 하나로 짝꿍은 본명이 아닌 '아내', '며느리'로 불리고 짝꿍의 집은 '외가'가 되었습니다.

'출가외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그런 단어를 누가 요즘 쓰냐. 큰일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외가', '친가'로 나눠 부르고 호칭은 끔찍하게도 중요시 여깁니다. '결혼' 하라는 사회에서 여전히 '결혼'한 가정은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사회는 '결혼'한 여성들, 임산부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에는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해서 문제라고 심심찮게 보도합니다. 하지만 정작 결혼을 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특히 저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짝꿍을 보면 '결혼'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게 다가옵니다.

언제쯤 '결혼'이라는 단어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단어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누군가의 포기와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평등한 '결혼'이 당연한 사회를 오늘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