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정 불편해도 괜찮은?
찐 (상임활동가)
그를 본건 리히텐베르크 시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였습니다. 30대 안팎으로 보이는 그는 내가 내릴 목적지 보다 앞선 역에서 내렸습니다. 나의 시선은 전철에서 내린 그가 플랫폼을 빠져나가 내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좇았습니다. 그 순간 난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습니다.
2010년 주민참여예산제 사례연구를 위해 방문한 독일 베를린 전철에서 만난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휠체어를 이용해 그렇게 그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일행의 숙소에서 방문지와의 거리가 멀어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이동해야했는데, 우리가 이용한 시내버스의 대부분이 저상버스였습니다. 유압식 저상버스는 정류장 도착 후 승강장 높이에 맞춰 차체가 기울어져 평면으로 승하차가 가능했습니다.
이는 어린아이도, 유모차도, 어르신도, 짐 가방을 든 관광객도 별다른 어려움이나 도움없이 버스 이용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며칠 뒤 다른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큰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이용해야했던 우리 일행은 저상버스의 편리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2년 4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있는 달. 앞으로의 5년간 우리나라 정치의 향배를 가늠할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문명’과 ‘비문명’이라는 말장난 같은 혐오와 차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출판되어 인권 관련 논의나 교육에 인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샌가 우리사회는 ‘내 몫을 챙기는 것’, 나에게 조금의 피해나 불편은 ‘공정’이라는 외피를 뒤집어 쓴 채 단죄와 다른 편으로 돌려 세웁니다.
시설에서 생활하던 47세 경자씨가 시설 밖으로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30여년… 그동안 그녀가, 또 다른 그녀와 수많은 그들이 겪었을 차마 ‘불편’이라는 단어로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그 시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우선순위’를 이야기하고 ‘기다리라’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의 성숙도이자 문명의 수준을 말합니다. 다수의 편리를 위해 소수의 불편과 차별을 종용하는 사회는 더더욱 문명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나중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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