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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웹 소식지 몸살

[웹 소식지 몸살 13호_2022년 봄] 다산이 만난 벗바리

아침부터 봄비가 내렸습니다. 갑자기 높아진 온도를 식히기 위해 내리는 것일까. 한노보연으로 향해가는 길은 봄비 덕분에 꽃길이 되었습니다. 회의를 위해 자주 왔던 건물이었는데 벗바리를 만나러 가는 오늘은 어느 때 보다 긴장됐습니다. 

 한노보연의 문을 여니 푸우씨와 김다연 벗바리님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은 사진들과 화분, 그리고 상장 하나였습니다. 상장 내용은 오랜 활동 후 안식년을 가지게 되어 축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푸우씨와 김다연 벗바리님과 인사하기 전에는 두 분 중 한 분의 것인 줄 알았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상장을 다시 보니 활동가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노보연 단체소개를 들으면서 “함께 활동했었던 선배 활동가를 기리기 위해 마련해 두었다”라는 설명에 누구의 자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활동가를 기억하기 위한 자리는 그 어떤 장소보다 빛나 보였습니다.

  한노보연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 대응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가 연구소라는 이름을 쓰다보니까 주변에서 연구만 하는 줄 알고 계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드러낸다.’ 라는 활동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푸우씨의 설명처럼 한노보연은 연구와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에 이슈화 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활동을 설명하다 “현대기아가 쉬는 날은 자녀의 방학 밖에 없다.” “잠은 집에서 자자” 라는 말을 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농담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노동자의 삶을 반어적으로 설명한 말이었습니다. 

 한노보연과 다산인권센터의 인연은 ‘반올림 투쟁’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지역에 있기에 시너지가 있었죠.” 라는 푸우씨의 말처럼 다산인권센터와 한노보연은 ‘반올림 투쟁’을 시작으로 불산사고 대책위, 팔탄사고 대책위 등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를 함께 대응했습니다. 푸우씨는 같이 활동하는 다산을 “참 좋은 조직이다!” 라고 정의 했습니다. “한노보연은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바로 대응하려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교육과 연구들을 포기해야 해서 빠르게 못 붙는데 다산은 빠르게 붙고 대응하는 단체인거 같아요.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에요.”라며 “다산과 함께 할 수 있는 연구가 있다면 또 같이 하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김다연 벗바리님도 “다산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푸우씨가 얘기 한 것처럼 기동력이 좋은 조직인거 같아요.”라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한노보연은 최근에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과 젠더 감수성이 있는 노동 현장 만들기’ 사업과 ‘당장멈춰상황실’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당장멈춰상황실’은 중대재해에 대응하고 그 현황을 추적하는 사업입니다. 나아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가 작업장의 주인이 되는 적극적 권리인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멈춰상황실’에 대해 설명을 듣던 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재정된 이후에 작업장이 좀 나아지지 않았냐고 질문했습니다. 푸우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노동청에서 첫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조사가 면밀히 되었는지 알아보고자 정보공개를 신청 했지만 돌아온 답은 ‘수사 자료여서 못 준다’였습니다. 요청했던 것은 수사 자료가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단순 노동자 실수로 모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조사 후 ‘왜 발생 했는지’, ‘예방 조치가 있었는지’를 얘기해달라는 것인데 그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중대재해에 대응하고 예방하기 위해 정보 요청을 해도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는 현실을 말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자 처벌이 강화되니 노동 현장은 안정적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안전한지, 중대재해가 예방되고 있는지, 법이 제정되고 나서도 왜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발생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고 사망한 노동자들의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목표인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달성되어 더 이상 노동자가 죽지 않고 노동자의 삶이 좋아졌다는 뉴스가 나오는 그 날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