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비리 완구 백화점’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그를 설 선물로 하사 받았다. 자신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부터 삼청 교육대, 기자 협박, 보도 통제, 그리고 이를 자랑스럽게 떠들기까지 한 그를 국무총리로 맞았다. 물론 있는 분들은 다 한다는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황제 특강, 특혜 채용은 말해 무엇하리오.
그러나 입에 올리기도 낯 뜨거운 언설을 기자들 앞에서 했지만 소용없었다. 의회는 기능을 상실했고 언론은 비판 유전자를 잃었다. 그러니 어떤 인물이든 상관없이 힘만 있으면, 권력과 돈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정글이 되었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 너무 살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몇 해 전 용역폭력이 기승을 부릴 때 언론에 보도된 한 기사가 기억난다.
지방대 재학 중이라던 아르바이트생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여름방학 5주 동안 부산 한진중공업, 충남 아산 유성기업, 서울 명동 철거지역 등을 돌며 받은 120만원… 이 돈으로 등록금 일부와 생활비를 벌 수 있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다”고 했다. 그는 “‘깡패새끼’라는 욕을 먹어도 내 등록금이 저들의 사정보다 더 절박하다”고 했었다.
감당할 수 없이 오르는 등록금,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생활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뻘 되는 늙은 노동자들을 짓밟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빨갱이 새끼들 때려눕혀도 괜찮다”라고 어린 영혼을 선동했을 어느 용역회사 사장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그들이 안쓰럽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은 인간다움을 포기하게 하고, 인간다움을 포기한 세상은 말할 자유와 권리를 잃게 한다. 말할 자유와 권리를 잃은 사회는 부패가 기승을 부리게 되고, 부패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 힘 있는 사람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
기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김치찌개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기때문에 아무 생각나지 않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같은 당 의원은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먹고 살기에 급급합니다. 국무총리를 빨리 뽑아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에 관심있지 영상물 틀고 안 틀고는 관심이 없습니다”
얼마나 솔직한 말인지 모른다. 국민들의 처지를 간파한 영리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그래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오랫동안 방해하는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 뒤편에 숨어서 서로 품앗이로 범죄를 감추고 국민 등쳐먹기에 여념이 없다. 그야말로 각자도생해서 알아서 먹고 살아라, 국가는 소용없고 민주적 사회장치는 아무 짝에도 필요 없다 일러주고 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찾아야하겠다. 살기 위해 포기한 ‘민주주의’라는 시끄러운 무엇 말이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민주주의야, 이러면 큰일 난다. 함께 먹고 살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이완구라는 인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완구를 뽑은 국회와 세상에 대해서 심사숙고, 절치부심, 지금과 다른 세상에 대해서 한발 떼어야 한다.
2015. 2. 24. 경기일보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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