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상현 (다산인권센터 벗바리)
사우디아라비아의 바레인몰. 출처 조상현님의 페이스북
당신의 허락없이는 직업을 바꿀 수 없고 당신에게 매달 얼마의 돈을 가져다 바쳐야 하며 당신의 한마디에 곧바로 국외추방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사우디 아라바이 왕국에서는 그를 '외국인노동자'라 부른다. 당신은 '스폰서'라 불릴 것이다.
이곳에는 '스폰서' 제도가 있다.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는 외국인은 사우디인을 자신의 스폰서로 지정해야 한다. 입장을 바꿔 보면 사우디인은 자신이 스폰서가 되어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
스폰서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의 출입국을 책임지며 그 대가로 스폰서 수수료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을 마친 후 '이까마'(IQAMA)라는 체류허가증을 발급받는데 이까마가 있어야만 취업을 할 수 있고 모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이까마를 소지하지 않고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린다면 바로 감옥행이거나 추방이다. 통상 스폰서는 도주방지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까마를 내어주고 여권을 받아 놓는다. 스폰서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출국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스폰서의 동의서류 없이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도 휴대폰을 개통할 수도 은행계좌를 만들 수도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다. 현대판 노비제도라 할 것이다.
예외적으로 외국의 법인이 사우디 일반투자청에 투자면허를 받고 투자법인을 설립하는경우 그 법인에게도 스폰서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건설회사들은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스폰서 제도의 불이익을 한국인노동자들이 당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인디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네팔,필리핀등 힘없는 나라의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스폰서제도는 현대판 노비제도인것이다. 그들의 힘겨운 노동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구조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구 2000만의 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무려 700만이다. 세명의 가족이 한명의 노비를 고용하고 있다면 비약일까. 힘든 노동으로 번 돈의 일부를 스폰서 수수료로 다시 거둬들이는 이 불합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스폰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인권침해 사례는 너무도 많아 전부 늘어놓을 수도 없다.
스폰서 제도의 폐해를 사우디 정부도 인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폐지하여 보다 자유로운 노동환경을 만들고 노동자의 인권과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투쟁이 없는 곳에서의 진보는 너무도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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