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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좋은 것들이 흔한 세상


우린 그녀를 '초미녀 작가'라고 부릅니다. 사실, 그녀의 첫 인사가 그랬다고 우린 주장하지만 그녀는 결단코 자신이 먼저 초미녀 작가라고 소개한적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지금 일본에 갔습니다. 다산인권센터 매체편집팀장의 임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훌쩍 떠났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녀를 놓아 줄 수 없었기에 이렇게 좌충우돌 초미녀 작가의 일본생활을 <다산인권>을 통해 만나려 합니다. 그녀는 박선희입니다.^^

  
■ 글 : 박선희 (벗바리이자 다산인권센터 일본 통신원?)


 

흔하게 좋은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봄을 알리는 연둣빛 산들을 보며 생각했다. 어디서나 산을 쉽게 볼 수 있는 우리 나라와 달리 오사카에서는 산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멀리, 더 멀리를 바라보아도 산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들 집 앞에 화분을 열심히 키우고 있는 것일까,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언니의 결혼식 때문에 며칠 한국에 머무르면서 운 좋게도 봄의 산을 실컷 볼 수 있었던 나는 좋은 것들이 흔한 세상에 대해 생각했었.

다시 돌아온 오사카의 우리 동네 골목에서는 카라, 수국, , 히아신스에 팬지, 코스모스, 장미, 방울꽃, 카네이션까지 수많은 꽃들이 하루 이틀 사이를 두고 질세라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더 많은 꽃들까지, 그 많은 꽃들을 보며 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이렇게 좋고 예쁜 것들이 흔하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생각했다.

좋은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희소가치를 말한다. 많지 않으니까 더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좋은 것들이 아주 많아져서 그 좋은 것들이 평범한 것이 되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꽃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꽃들을 골목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지금처럼, 좋은 것들이 흔해진다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웃는 얼굴의 사람들과 깨끗한 거리가 흔하면 좋겠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나 앞 사람이 실수로 떨어뜨린 손수건을 전해주기 위해 몇 십 미터건 뛰어가 톡톡 등 두드리며 저기 이거요하고 건네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정의로운 판사가 많아지고 열정적인 학생이 많아지고 친근한 선생님이 많아지고 지혜로운 엄마 아빠가 많아져 또 지혜로운 아이들이 가득하면 좋겠다.

좋은 일터가 흔하면 좋겠다.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위아래 구분 없이 즐겁게 모여 밥을 먹는, 일한 만큼 인정받고 인정받은 만큼 든든해지는 좋은 일터가 흔해지면 좋겠다. 생과 사를 다투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집 같이 정답고 든든한 일터가 많아지면 좋겠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죽음을 각오하고,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는 심정으로 하루를 버티지 않아도 되게 좋은 마음들이 흔해지면 좋겠다.

다녀올게.’

잘 다녀오세요.’

선량한 사람들이 평범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일터와 집을 마음 편히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꽃을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고 정의로우며, 숨기는 마음 없이 투명해지면 좋겠다. 좋은 것들이 흔해지면 좋겠다. 좋은 것들이 평범한 것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