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뉴시스
1.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전국의 교육․인권․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인권이 꽃피는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입니다. 저희 운동본부는 서울, 경기, 광주, 경남, 충북,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또는 올바른 시행을 촉구하고 있는 지역별 조례제정운동본부들의 연합체이기도 합니다. 저희 운동본부는 인권친화적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생인권조례 제정 및 정착 지원 △학생인권 보장과 교사의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 운동 △“폭력의 교육, 이젠 안녕 : 인권친화적 학교와 사회를 만드는 10가지 약속”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 저희 운동본부는 지난달 충청북도교육청 법제심의위원회가 주민발의로 청구된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을 각하 처리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충북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충북도민과 타 지역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주민발의안을 즉각 도의회에 부의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덧붙인 성명서를 참고하십시오. (끝)
도민의 뜻, 충북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을 무참히 짓밟은
충북도교육청과 교육부를 강력 규탄한다!
충청북도교육청 법제심의위원회가 주민의 뜻과 열망이 모인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을 각하시켰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운동을 시작했을 때,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 한 학교를 희망하는 충북 도민과 교육주체들은 뜨거운 서명으로 이에 화답해 주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목표수를 훨씬 상회하는 서명수를 기록하면서 조례안이 성공적으로 발의되었다. 조례안 주민발의 성공을 지켜본 전국의 시민들 역시 경기, 광주, 서울에 이어 네 번째로 충북에서 조례가 제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했다. 그런데 충북도교육청은 몇 달째 행정적인 절차를 미루다 올해 1월에야 겨우 법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는 결국 2월 6일 각하 처분 결정을 해 버렸다.
충북도교육청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조례안이 무엇인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까지 살펴보지 않더라도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학생인권 보장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청의 책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애초 교육청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충북도민들이 몸소 팔을 걷어붙이고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며 발품, 입품을 팔아 만들어낸 주민입법의 결실이었다. 민주주의를 몸소 체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통해서만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우리 교육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소중한 주민 입법운동의 소산이었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이 조례안을 각하한 것은 충북도민의 뜻은 물론 교육청의 법적 책무성까지 저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충북도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여 조례안이 상위법을 위반하고 학교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학칙에 두발․복장에 관한 사항, 소지품 검사에 관한 사항, 전자기기 사용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만 하고 있을 뿐, 규제가 가능하다든지 하는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례안이 상위법을 위반하여 학생의 인권을 제한하고 있다면 모를까, 학생의 인권을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상위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하위 법률은 위헌이지만, 국민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증진하기 위한 하위 법률이 위헌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마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교장 마음대로 학칙을 정할 권리를 부여한 것인 양 곡해하면서 상위법 위반이라는 초법적인 폭력을 주민들에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충북도교육청이 법률적 하자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명백한 정치적 계산으로 조례안을 각하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조례안이 청구된 뒤 몇 달이 넘도록 미뤄오다 법제심의 절차에 들어간 것도, 조례 제정에 아무런 권한도 자격도 없는 교과부에 검토를 요청한 것도, 조례안 전체가 각하될 만큼 명백한 오류가 없음에도 도의회에 넘기지도 않은 것도 그러한 의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리는 충북도교육청이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조례안을 도의회에 부의할 것을 촉구한다. 제 아무리 큰 손바닥이라도 하늘을 다 가릴 순 없듯, 도교육청은 어떤 핑계로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저버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인권 친화적 학교와 그 너머를 꿈꾸며 기꺼이 서명에 동참한 1만6천441인 충북의 도민들, 서명에 동참하고 싶어도 서명할 권리조차 갖지 못했던 충북의 청소년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제정의 물결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너울치기를 기대하는 전국의 시민들이 충북도교육청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책임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당시 교과부는 경기, 광주에 이어 수도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공포되자 곧이어 상위법 위반으로 조례 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까지 뜯어고쳐 조례의 일부 조항에 대한 실효 선언까지 하였다. 그 결과 학생인권조례를 새롭게 제정하려는 지역들이 ‘상위법 위반’이라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에 의해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을 각하 처분한 것 역시 당시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이 무엇을 노린 정치적 꼼수이었는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인권보장이라는 책무성을 저버리고 오히려 학생인권을 옭죄는 행정청은 교육을 책임질 수 없다.
충북도교육청은 각하를 철회하고 조례안을 즉각 충북도의회에 부의하라!
교육부는 당시의 정치적 꼼수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비롯한 학생인권 보장 조치를 즉각 취하라!
2013년 3월 11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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