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다산인권센터 라이언이 2025년 7월 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에 함께 하며,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여 구금 된 이주민을 면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문 하는 날마다 느낀 고민과 여러 감정들을 다산 페이스북에 짧게 기록해 왔습니다. 페이스북이 소식을 전하는 창구였다면, 이곳 ‘몸살’에서는 담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을 벗바리 여러분과 나누어보려 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우리가 함께 마주해야 할 우리 곁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다른 시간이 흐르는 곳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찾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면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자연스럽게 쓰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 만난 한 이주민의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는 이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나와 밖에 있는 너의 시간은 다른 것 같아."
구금된 이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시간은 너무나도 천천히 흐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누군가에게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누군가에게는 끝나지 않는 하루가 된다는 것을. 보호소는 사람의 자유만 가두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마저 다르게 흐르게 만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여름이 찾아오면서 보호소를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묻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더운 건 괜찮아요?"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합니다. "더워 죽겠어요." 보호소에는 에어컨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잠깐씩만 가동됩니다. 나머지 시간은 철창 밖에 놓인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야 합니다. 더위를 견디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A씨의 얼굴은 깨끗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을 넘어 두피까지 번져갔고, A씨는 샤워를 할 때마다 "물이 미끌거린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은 폭염만이 아니라, 그 폭염을 견뎌야 하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보호소를 다녀왔다고 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힘들지 않아?" 저는 늘 이동이 가장 힘들다고 답합니다. 집에서 보호소까지 왕복하는 길은 길고, 면회 시간은 정해져 있어 늘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진 사람들은 다른 대답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보호소에서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지, 어떤 극적인 장면을 마주하는지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만남은 대부분 평범합니다. 안부를 묻고, 식사는 했는지 이야기하고, 최근 있었던 일을 나눕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웃기도 합니다. 보호소라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보호소에 있는 사람들을 특별한 일을 겪어서 온 사람들로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중에서 만나온 이주민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동료였던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특별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멈춰 세우는 보호소라는 공간입니다.
'보호소'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곳이 사람을 보호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흐르는 시간을 마주하다 보면, 보호라는 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구금이라는 현실입니다. 밖에서는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보호소 안에서는 하루가 길어지고, 여름은 더욱 뜨겁게 다가오며, 평범한 일상은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보호’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구금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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