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권] 허밍버드(Hummingbird)는 왜 쉴 곳을 찾아 서울로 날아가는가
자원활동가 김별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허밍버드클럽을 기획하며 지녔던 중요한 질문 세 가지가 있다. 하나, 광장에서 함께 구호를 외쳤던 수많은 여성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둘, 서울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광장은 왜 지역의 삶에서는 좀처럼 재현되지 않는 걸까? 셋, 이러한 사실은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가 정말 괜찮다는 뜻일까?
우리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지난 한 해동안 연애, 주거, 노동, 상담 등 여성청년으로서 지역에서 살아가며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다. 이야기가 쌓이며 우리가 바라던 우리만의 커뮤니티로 자리 잡아가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고민은 결국 언제쯤 서울로 향할 수 있을지에 모이기도 했다. 여성청년의 이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이 감각은 개인의 불안이나 욕망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최근 인구 이동 통계가 보여주듯,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서울로 향하는 여성청년의 흐름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개인의 선택으로 보이기 쉬운 이 이면에는, 지역 간 구조적 불균형과 젠더 격차가 겹겹이 쌓여 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 안에서도 서울로
지난 12월 3일 국가데이터처는 「청년 인구이동에 따른 소득 변화 분석」을 발표했다. 2022년과 2023년 소득이 있는 청년층(15~39세) 1,046만 명을 분석한 결과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소득은 평균 22% 증가했고,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3명 중 1명은 소득 계층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가운데 남성(21.3%)보다 여성(25.5%)의 소득 증가 폭이 더 컸다. 데이터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비수도권에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여성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통계를 종합해 보면, 여성청년은 낮은 임금과 제한된 일자리 속에서 생존을 위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동은 비수도권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자란 청년 역시, 혹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해 정착한 청년 역시 삶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결국 더 중심적인 공간을 향해 이동한다. 수도권 내부에서도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여가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동이 단순한 공간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래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일상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서울의 1인 가구 청년이 겪는 고립과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얻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과 높은 생활비, 불안정한 주거 환경, 장시간 통근·통학이라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고립·은둔 청년 문제 등이 심화되는 현실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과밀과 맞닿아 있다.
정말 일자리만이 우리를 떠나게 만드는 요소일까
여성청년의 이동을 ‘일자리’ 하나로만 설명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접근이다. 정부와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청년의 수도권 집중은 지역 간 임금과 산업 격차에 따른 결과”라며, “5극 권역 내 거점도시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적 고용이나 일자리의 숫자만이 아니다. 폐쇄적이고 성차별적인 지역 문화, 여가·문화생활 인프라 부족, 가족 내 돌봄·가사 역할 부담 등도 지역 유출의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여성청년으로 하여금 서울행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더 나은 삶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선택지로 인식하게 만든다. 여성청년들이 서울을 ‘기회의 공간’으로 상상하게 되는 이유다.
지역에서 떠나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최근 서울의 청년 인구 비율은 30%를 넘길 정도로 높아졌고, 특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20~24세 여성의 수도권 이주는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여성청년의 수도권 유출이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원의 경우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청년이 거주하는 도시로 19~34세 청년만 28만여 명에 달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학과 일자리, 문화 인프라는 잠시 머무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강하다. 청년 인구가 많다고 해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청년 인구 소멸‘로 규정하고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 돌리는 데서 나아가야 한다. 여성청년이 왜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지, 여성청년에게 지역이란 무엇이 결핍된 공간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청년의 경험과 언어가 중심이 되어 담론을 확장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성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삶과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 이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청년과 노년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이 구조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변화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참고 기사]
경향 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11043011)
(https://www.khan.co.kr/article/20220503144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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