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만난 사람_나윤경 벗바리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그것이 나의 추구미!
지역에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 활동가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은 사람이 참 귀하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나윤경님은 단연 눈에 띄는 활동가입니다.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그가 노조 조끼를 입고 성실하게 종종걸음으로 현장을 누비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궁금한 그를 인터뷰를 통해 만났습니다.

Q 다산 벗바리에게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나윤경이라고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2018년부터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에서 7년째 상근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직국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아요.
Q 어떻게 다산과 인연을 갖게 되셨나요?
다산인권센터 이름은 투쟁 현장에서 발언이나 연대활동으로 종종 만날 수 있어서 친숙했어요. 2022년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 때, 박광온 전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점거 투쟁하셨잖아요? 그 때 농성장 연대방문을 갔을 때 쌤통에게 벗바리 후원회원을 제안을 받았죠. 연대가 필요한 곳에 언제나 함께하는 다산인권센터 동지들이 있는 거 같아요. 투쟁현장에서 마주치면 따로 인사는 못해도 속으로 ‘역시! 오셨군~“하며 바라보고 있답니다. 또 제가 본받고 싶은 활동가인 조귀제 국장님 책상 위에 ’인권재단 사람‘에서 발행한 달력이 있었는데 참 예뻐서 살펴보다가 ’다산인권센터‘ 소개가 나와 있어서 오래 전부터 궁금하곤 했어요. 직접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같이하게 되어 반가워요.
Q 저도 윤경님을 뵐 때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제가 노조활동 경험이 없다보니 노동조합의 구조를 잘 모르는데 공공운수노조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으세요?

먼저, 제가 속한 공공운수노조를 소개하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 할 수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경기지역지부는 경기지역의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조직 대상이고 현재 경기지역지부에 42개 사업장, 1,500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한 사업장당 적게는 5명, 많으면 100명 수준의 작은 사업장들이 모여있죠. 주로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 지자체 출연·출자 기관 노동자(정규직 및 공무직), 지자체 민간 위탁 사업장(생활 폐기물 수집 운반, 소각장), 도시가스 노동자 등이 속해 있어요.
Q 지난번 만났을 때 명함에 '조직국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어 조금 놀랐습니다. 제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조직국장은 어찌 보면 영업사원처럼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내성적인 윤경님에게 잘 맞는 활동이실까 궁금했어요.
노동조합 일은 기승전 조직이라고, ‘조직’이 참 중요한 일입니다. 노동조합의 모든 일은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거든요. 교섭, 교육, 투쟁이든 모두 조직이 제일 기본이고 우선이죠. 제가 직함은 조직국장이지만, 상근자가 많지 않아서 여러 업무를 모두가 나눠서 집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격이 조용하고 주도적으로 이끄는 편이 아니라 제 성격과는 맞지 않을 때도 많아 힘들 때도 있어요. 조합원 조직하는 것에 어려움은 위기이거나 긴급성이 없는 경우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조합에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참여가 활발하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참여가 줄어들어요. 당연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사회문제와 연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인거죠.
제가 조직 방식에 있어서, 뛰어난 실력으로 조합원들의 문제를 바로 해결해 주진 못하더라도, 유대감을 높이려 노력합니다.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꼼꼼하게 챙기며, 특히 집회나 교육 조직 시에는 거의 애원하듯이 끊임없이(?) 연락하고 독려합니다. 또한, 참석하셨을 때 헛걸음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잘 준비하려 해요. 조합원들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려 노력해요. 이런 제 노력을 알아주시는 분을 만나면 기분 좋지요.
Q 7년간의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 또는 보람됐던 활동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년에 진행했던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 지부 소속인 아주대, 명지대, 용인대 세 개 대학 청소 노동자 분회는 같은 경기도 내에 있음에도 처우가 모두 달랐어요. 용인대 정년 단축 저지 투쟁 등을 겪으며 개별 투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죠. 이에 세 대학의 용역업체 사용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공동 단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집단교섭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말로 전하는 것은 쉽지만, 개별 사업장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근데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요. 반드시 진행해야 할 의미 있는 교섭이었죠. 2023년 여름부터 준비하여 마침내 2024년 12월 30일에 단체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공동 단체 협약이 체결되었고, 3개 대학이 통일된 노동조건을 적용받게 됐어요. 특히 노동자분들의 연차 휴가가 대폭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어요. 대학의 청소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해당 대학에서의 연속 근무가 인정되어 연차 계산에 불이익이 없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컸던 것은 올해 임금 협약에서 기본급을 최저 시급보다 30원 많게 합의한 것입니다. 고작 30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 측이 청소 용역 계약 설계 시 기본급을 관행적으로 최저 시급으로 맞추기 때문에, 최저 시급을 넘어서는 기본급 인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였어요. 이번에 적은 금액이지만 최저 시급보다 높은 임금으로 기본급 기준을 맞춘 것은 관행을 깬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본급 인상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 생각해요.
이 성과를 토대로 현재는 노학연대(경기지역대학노동자-학생연대네트워크 ‘너머’)와 함께 미조직 대학 사업장 조직화 사업을 시작하여, 내년에는 원청 사용자(대학)를 상대로 더 큰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후 다산도 관심가져 주시고, 연대의 힘을 모아 주세요.
Q 30대 여성 활동가로서 노조에서 활동하는 삶은 어떤가요?
일반 시민들은 노동조합에 대해 과격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죠. 근데 요즘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 평등수칙 등을 통해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하죠. 저희 지부는 집행부가 주로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일반적인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평등한 분위기예요. 5년차가 지나고 나니 오히려 제가 고인물인 것 같아요.(ㅎㅎ) 저도 평등수칙을 다시 읽고 긴장감을 가져야겠어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처음엔 사회복지 공무원을 잠깐 준비하기도 했어요. 성격상 사회복지 공무원이 더 맞았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했으면 삶에 후회가 남았을 것 같아요. 사회복지는 일방적으로 서비스 전달을 하고 대상자는 수동적 수혜자로 남아요. 노조 활동은 사회복지와 비슷하게 사람을 대하는 일이지만,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스스로 찾고 투쟁으로 쟁취하는 주체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더 끌렸어요.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죠. 이러한 지향이 저를 계속 이 길에 머물게 하는 듯해요.

Q 최근에 다산에서 기획한 ‘마을과 인권’강좌에 참여하셨는데 강좌는 어떠셨나요?
여러 활동가들이 모여 소통하는 텔레그램방에서 강좌 홍보를 보고 참여했어요. 행궁동을 지나면서 ‘새마을문고’ 공간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마을조직들과 다산인권센터가 교류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아쉽게 두 번밖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특히 경주 지진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첫 강의는 무감각했던 제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사소한 것도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감각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줬어요.
마지막 강의였던 ‘공존모델 세계의 고양이’는 제가 이번 강좌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주제였어요. 저도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키우고 있지는 않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근처에 재개발 아파트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함께 돌보는 다른 캣맘 분들도 계시는데 보호소나 쉼터로 보내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디로 이주했는지 궁금하지만 어디서든 고양이들이 잘 지내면 좋겠어요. 이번 강좌는 인권과 연결된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준비해 주신 식사와 다과도 정말 맛있었어요.
Q 다산과 같이 해보고 싶은 인권운동이 있다면 어떤 주제일까요?
제가 고양이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은 집에서 8년 정도 토끼를 키운 경험도 있어요. 햄스터나 토끼 같은 소동물을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을 볼 때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합니다. 어떨 때는 정말 혼자서라도 판매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인간 외 생명에 대한 권리 활동에 다산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번 강좌에서 다룬 '공존 모델 세계의 고양이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제게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Q 앞으로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가능하면 운동을 오래하고 싶어요.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더 배우고 실력과 경험을 쌓아 노동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아직 특정 분야를 정하진 못했지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 운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나의 중심을 지키면서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인권 활동에 관심있는 분들이나 시민들에게 전화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인터뷰를 통해 저의 활동 전반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상에 치여 살 때는 나의 활동을 돌아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나윤경으로서의 활동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인터뷰를 준비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직은 내가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인권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인권이라고 하면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 자신의 문제와 연결된 것들이 많잖아요. 너무 거리감을 갖지 말고 내 일처럼 생각하고 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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