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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칼럼

진짜 정치로 시끄러울 22대 국회를 바란다

진짜 정치로 시끄러울 22대 국회를 바란다

다산인권센터 아샤 활동가

“여러분, 국회의원선거에서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이슈들이 모두 실종됐습니다.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중요한 이슈들을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선거 전 주말, ‘와글와글 정치광장’(이하 와글정) 캠페인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화성행궁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와글정은 22대 국회의원선거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장이 아니라 어떤 당이 몇 석을 차지할 것인지 같은 권력 싸움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수원지역 시민단체들이 총선 대응을 위해 만든 연대체다.

이날 캠페인에서 시민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해 주셨다.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돌보는 문제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부담을 이야기해주신 한 시민은 돌봄이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문제의 어려움을 짚어 주셨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에서 불안을 느껴야 하고, 일터에서 차별받아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는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어떤 커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가 기후위기인데 우리 국회와 정부의 대응은 거의 무대응에 가깝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가 필요해서 데려온 이주노동자들을 이등시민 취급하며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일부 정치인과 시민들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번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꼭 제정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밖에도 지역사회에서 원할 때 자유롭게 이동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바람을 이야기한 장애인, 너무나도 긴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직장인,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못 가는 건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지 공항이 멀어서 못 가는 게 아니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시민까지.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된 게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은 정당과 후보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인지.

선거 이틀 전 와글정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정치로 잘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몇 달 후면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고 진짜 정치의 시간이 시작된다. 불평등, 지역소멸, 인구절벽, 기후위기 등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부디 새롭게 구성된 국회는 쓸데없는 정쟁으로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진짜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문제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와글와글 떠들썩하기를 바라본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41658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