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급식의 유명세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 의심자는 341명에 달했고, 폐암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폐암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과 화상으로 인한 산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건강한 한끼를 책임지지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건강은 누구도 책임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상황과 지역에서 필요한 행동들에 대해 박효진 벗바리님이 글을 써주었습니다. 박효진 벗바리님 글과 학교 급식 노동자 투쟁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리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식사를 준비합니다. 남편이 다음 날 저녁에 일이 있다고 하면 전날 저녁을 먹고부터 다음 날 저녁까지 꼬박 아이랑 어떻게 한 끼를 차려 먹을지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저는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무척 귀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 급식을 먹는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합니다. 매일 다른 메뉴가 나오니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오늘은 무얼 먹을지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급식이 하루의 낙이자 위로인 날도 많기에 조리사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개학하는 날에는 방학 동안 급식을 그리워 했다고, 배식을 받을 때는 잘 먹겠다고, 특별히 맛있는 날에는 너무 행복했다고, 요즘 같이 덥고 습한 날이나 추운 날에는 준비하느라 고생하셨겠다고 인사를 합니다.
이 원고를 부탁받기 전날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여성위원회 모임에 전교조 조합원으로 참석했다 경기도 어느 학교에서 급식실 조리사가 질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는데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노동강도가 심해져 연쇄적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결국 급식이 중단돼 도시락을 배달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 급식이 지속 가능한가, 나도 급식을 못먹게 되면 어쩌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비슷한 다른 일도 많은데 굳이 학교에서 대접받지 못하며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리종사원 1인당 식수인원 평균은 146명으로 군대의 약 2배, 다른 공공기관의 2~3배에 달합니다. 내가 먹을 밥 한 끼 차리는 것도 귀찮고 1년에 두 번 명절 음식 준비하는 것도 벅찬데 매일 거의 1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면 상상만 해도 몸이 아픕니다. 학교에서는 식수 인원에 따라 조리종사원 수가 정해지는데, 저출생 추세로 학생 수가 애매하게 줄어들면 실제 학생 수에 큰 차이가 없어도 조리종사원 1인이 줄어들게 됩니다. 4명이 하던 배식을 3명이 하게 되면 전 학년 배식이 늦어지기 때문에 이런 비상 상황은 빨리 눈에 띕니다. 전처럼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게 당연한데 급식실 밖의 학교 구성원, 보호자들은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온전히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의 책임으로 떠넘깁니다. 조리사 한 분이 반찬 2개를 양손으로 잡아 식판에 놓아주시면서 깔끔하게 담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실 때마다, 누군가 속없이 늘어놓는 급식 투정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면 폐암 발생도 걱정해야 합니다. 학교급식 종사자의 폐암 검진 시 이상 소견은 동일연령대 일반 여성인구에 비해 15배 정도입니다. 강득구 의원실에서 조리실 환기시설을 조사하였는데 7,000여 개 학교 중 1,400여 개에서 이상이 발견되었지만 90개 만이 조치되었습니다. 폐암 외에 화상, 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한 산재도 무릅써야 합니다. 작업 내용 중 가장 부담이 되는 작업이 설거지 작업인 반면에, 애벌세척기 설치 비율은 43.9%에 불과하며 세척기 역시 업무량 대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매일 만나는 동료가 질병이나 부상을 얻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급식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합니다. 그런데 그들과 같이 일하는 이들이 파업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런 가정통신문을 보내기 때문인지, 그들이 준비한 식사의 혜택을 매일 받는 학생들과 보호자들은 교육청에 함께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노동자들을 비난합니다. 파업일의 한 끼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매일 그것을 누가 어떻게 준비하는 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염치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먹기 좋게 조리해달라거나 친절히 배식해 달라는 요구를 할 거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급식실로 만들어달라고 함께 요구해야 합니다.
학교 급식이 중요하다면 일하는 사람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적정한 노동 강도가 되도록 인력을 늘려주고, 아픈 날에는 병가를 쓰고 특별한 날에는 연가를 쓸 수 있도록 대체 인력도 마련해야 합니다. 복지비의 차별을 없애 업무에 대한 존중을 표현해야 합니다.
최소한 급식실 노동자 덕분에 매일 한 끼를 먹는 많은 학생과 교직원들만큼은, 그들이 용기 있게 파업할 때에 연대를 기대하며 파업을 홍보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상 사회를 존재하게 하는 돌봄과 재생산 노동은 그만한 대접을 받은 적이 없고, 파업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적도 별로 없지만, 파업하는 급식실 노동자와 연결된 많은 이들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며칠의 파업을 지지하는 행동도 필요하지만, 조리사 선생님들이 배식하기 수월하도록 식판을 가까이 대고, 받은 음식을 잘 먹고, 식탁에 흘린 음식은 식판에 담아가 치우고, 떨어진 수저를 줍고, 식판에 남은 잔반을 깨끗이 비우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바르게 분리해 두는 정도도 우리가 매일 할 수 있는 연대의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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