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바리 여러분은 뉴스와 드라마, 영화에 등장하는 '법원'을 보신 적이 있나요? 법과 관련된 얘기라면 빠짐없이 등장해서 익숙한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낯선 장소 중 하나가 법원인 것 같아요. 이런 법원으로 매일 출근을 하는 '벗바리' 가 있습니다! 몸살 여름 호에는 법원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무성 벗바리님을 만났습니다.
Q. '법원' 공무원이 어색한 벗바리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원래는 수원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얼마 전 발령이 나서 이천으로 이동하게 된 '법원' 공무원 박무성 이라고 합니다. 법원이라고 하면 다들 판사와 검사를 먼저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일반 행정 관청이나, 동사무소, 시청에 일반직 공무원들이 있듯이 법원에도 일반직 공무원들이 있어요. 저는 '법원'에서 일하는 일반직 공무원이죠.
Q. '법원' 공무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재판이 진행되기 위해 판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요. 이게 보통 재판이라고 하면 판사를 제일 먼저 생각하시는데, 재판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재판 날짜를 잡고, 필요 절차를 안내하는 등의 일들이 필요하죠. 판사가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한다면, 저희는 재판이 진행되기 위해 과정과 절차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거죠. 법원에는 가급적 안 오시는 게 좋겠지만 오시게 되면 법원 민원실, 재판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법원 공무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법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특별하게 "법원을 꼭 가야겠어!!" 라는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에요. 그냥 공무원이 되기 전에 방위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3년 정도 일을 했는데, 처음 2년 동안 야근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리고 항상 시간에 쪼들리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주말이고 평일이고 관계없이 거의 밤을 새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 번은 회사에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는 걸 확인해보니 한 달에 300~400시간 정도를 일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 하나 끝나면 또 다른 프로젝트 맡아서 밤새 일을 할 텐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고민을 좀 하다 퇴사를 했죠. 퇴사 이후 나이가 적지 않다보니 새로운 길을 찾는 것보다는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됐죠. 저도 공무원을 준비하다 그때 법원 공무원을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법원 공무원이 무언가 더 전문적이고, 생소하고,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공부를 하다 보니 지금 이렇게 법원 공무원이 되었네요.
Q. 다산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제가 예전에는 유니세프나 나눔의 집 같은 복지 단체만 후원을 하고 있었어요. 다산이란 곳은 대학교 선배 중에 한명이 활동가로 일 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살다 보니까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찾아보니 다산에서 이런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활동을 하고 계신더라고요. 그래서 작게나마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후원을 하게 되었죠.
Q. 다산의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같이 활동하신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물론 삼성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많긴 하지만 예전에는 삼성에 노조도 없었고,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돈을 많이 주는 것으로만 하려하고, 삼성 유조선으로 인해 태안에 기름 유출 사고도 발생하다 보니 삼성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불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래서 삼성관련 활동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도 사회에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잖아요. 계속 노동현장과 관련돼서 목소리를 내주시고 활동해주시는 부분들이 기억에 남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인 것 같아요.
Q. 최근 다산이 기후위기와 주거권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후위기나 주거에 관한 관심이나 고민 같은 게 있으신가요?
기후위기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이사하기 전 집이 비가 오면 물이 샜었어요. 작년에 수원으로 발령을 받고 갑자기 오게 되면서 30년 넘은 빌라 꼭대기 층에서 살게 됐었어요. 딱 작년 이맘때 같은데, 비가 엄청 오던 날에 옥상에 문제가 있었는지 에어컨 위쪽으로 해서 천장에 물이 스며들고 부엌 싱크대 위쪽에서도 물이 스며들더라고요. 집주인한테 말해도 별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물이 새는구나" 정도로 넘어갔더니 그 이후로 비오면 얼룩이 조금 커졌다가 또 햇빛이 나면 좀 말랐다가 또 커졌다가를 반복했었죠. 결국 제가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제가 이천으로 이사를 가면서 한 일주일 정도 에어컨 없이 살았어요. 그런데 정말 너무 덥더라고요. 너무 더워서 창문 열면 벌레가 들어오고 또 닫으면 너무 덥고 결국 창문형 에어컨 하나 사서 돌렸는데 조금 살만 하더라고요. 저는 특이케이스였지만 이런 더위에 선풍기 하나로 버티시거나, 한 겨울에 난방이 되지 않는 집에 사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리고 반지하 없애겠다하지만 아직도 반지하에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진짜 기후위기에는 이분들이 너무 급한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벗바리님만의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그냥 땀을 계속 흘리고 있어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어디를 가는 것보다 그냥 더우면 밤까지 계속 기다렸다가 모든 땀을 다 흘렸다 싶을 때 딱! 씻는거죠. 그리고 자요. 어디를 가야하는 약속이 있는 게 아니면 이게 가장 더위를 잘 나는 거 아닌가 싶어요.
Q. 다산에 바램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지금 다산이 수원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수원 인근 지역하고도 밀착하게 활동하고 계실텐데, 계속 잘 진행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드는 생각이 경기도의 이주노동자 처우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주민 노동자가 없으면 농촌에서 일이 안 돌아간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을 만큼,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중요한 부분을 책임지는데 처우가 개선이 안되니 다산에서 힘써서 활동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건강해야 현재 활동에 대해 더 집중해서 하실 수 있으니까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주변에서 이제 하는 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고, 언론에서 안 좋은 말을 할 때에도 힘차게 나아가기를 응원합니다. 다산에 목표에 공감하는 저로써 우리가 같이 이루어내고자 하는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끝까지 동력을 잃지 않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다산이란 벗바리님에게 어떤 단체인가요.
저에게 다산은 침대나 애착인형 같은 존재에요.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쉼과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하는 침대나, 애착인형처럼 편안함을 주는 존재랄까요? 제가 불합리한 사회를 목격했을 때 소리 외치는 걸 주저할 때 먼저 소리 외쳐주는 다산이 있어서 항상 든든하고 항상 벗바리들의 버팀이 존재인 단체에요.
인터뷰 동안 무성님의 다산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른 인터뷰였다. 다산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지만, 다산이 해왔던 노동현장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고 다산이 해줬으면 하는 활동도 많았다. 무성님처럼 수많은 벗바리가 있기에 다산은 항상 나아 갈 수 있는 것 같다. 무성님과 벗바리들이 다산을 후원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 무성님을 다시 만날 때는 무성님에게 다산이 더 좋은 단체가 되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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