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회복해야 할 일상은 무엇일까요.
코로나19와 함께 살기(단계적 일상회복) 위한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전 국민 70%, 성인 80%, 고령층 90% 백신 접종률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1년 반이 넘도록 이어지는 팬데믹 상황, 그로 인한 피해와 피로감. 70%가 넘는 시민들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지지한다는 설문조사도 발표되었습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 성장을 위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질문은 그저 경제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기후 위기 등 코로나19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 코로나19 위기와 결합되어 확대 된 불평등,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차별과 혐오, 위기 앞에 취약했던 공공의료 시스템,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부재했던 안전망 등 우리 사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일상은 무엇일까요.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이전의 삶으로의 회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 코로나19로 피해를 겪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위기가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서 일상 회복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은 모두의 존엄과 안전, 평등을 위해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다산인권센터가 함께 하고 있는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는 위드코로나가 경제중심의 일상회복에 머무르지 않도록 인권의 목소리를 담은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5가지 제안은 일상 회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1.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Social Protection)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감염에 더욱 취약했던 시설의 장애인, 요양보호시설의 노인과 약자, 돌봄 종사자,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 집단거주 형태의 기숙사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한 이주노동자, 수용자, 빈곤 계층 등 일상에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있던 이들은 감염병에 더욱 취약했고, 그 피해 역시도 컸습니다. 피해와 위기가 심각했다면, 감염이 확산되는 조건을 바꾸고, 시급한 지원정책을 시행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유예된 권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최악, 정점, 대유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언어들은 위기로 치달았습니다. 감염병의 공포와 위기는 법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인권을 유예하거나 후퇴시키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과도한 정보수집의 문제, 전자팔찌(안심 밴드)도입,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 시위의 권리 등 기본권 침해가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사회적 합의와 논의 없는 일방적인 기본권 제한은 인권의 가치를 후퇴시켜 버렸습니다. 특히, 집회 시위의 자유 제한은 오히려,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을 막는 기재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후퇴 시킨 권리들을 회복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백신접종에 관한 정책이 차별과 불평등을 향해서는 안됩니다.
위드코로나의 전제조건은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일반 성인은 80% 이상 백신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방법이 시행되지만, 쉴 수 없는 조건 놓여있거나, 생계가 위협당하는 이들, 미등록 노동자 등 신분과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백신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문제는 백신접종 뿐 아니라 일상의 건강, 안전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쉴 수 있고 의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처해있는 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백신접종을 이유로 한 인센티브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백신 패스’를 도입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대해서 혜택을 주거나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부과하는 형태의 제재적 정책은 그 자체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기에 금지되어야 합니다. 위드코로나는 모두의 일상을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것이어야 하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만의 일상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4.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위드코로나는 거리두기, 집합 인원수 완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방역체계로의 전환입니다. 이는 개인에게 방역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적시에 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보다 강화된 공공의료체계가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구축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더욱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사전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5.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는 인간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위드코로나, 우리는 코로나19와 공존하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길은 생명과 안전, 인간 존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위드코로나로 회복되어야 하는 일상은 방역 과정에서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당한 이들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의료공백으로 인해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 방역조치로 인하여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 무관용 원칙 등 개인에 대한 책임전가식의 정책운용으로 억울하게 처벌받거나 불이익을 받은 사람 등 코로나19 피해자들이 가지는 상실감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보상 정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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