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이하 NAP)수립과 관련한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의견과 요구를 말씀드립니다.
1. NAP의 의미
1993년 비엔나 국제인권회의에 참석한 한국 정부를 포함한 각국정부는 만장일치로 “비엔나 선언과 실행계획(Vienna Declaration and Programme of Action; VDPA)"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실행계획에는 각 국가들이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위한 NAP 수립이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NAP를 수립하고 이행하고 있습니다. NAP는 국가가 자국의 인권문제를 파악하고 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들과 협력하는 포괄적이고 조직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인권문제를 해결해가는 실천적인 방안입니다. 그리고 NAP수립에 있어서 자국의 상황에 맞게 정책을 마련해야하지만 궁극적으로 NAP는 유엔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인권기준을 자국에 적용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2. NAP는 어떻게 이행되어야 하는가
UN이 2002년도에 발간한 “Handbook on National Human Rights Plans of Action”을 보면 NAP수립에 있어서 일반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유엔은 각 국가들이 위의 일반원칙을 준수하여 NAP를 수립 및 이행하고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NAP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이 일반원칙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가 되어야 합니다. 일반원칙에 근거하여 한국정부가 따라야할 NAP이행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제3차 NAP수립과정상의 문제점
1) 평가의 부재: 2차 NAP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 졌는가
-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4개월째에 이뤄진 유엔 사회권심의에서 NAP에 대한 사회권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습니다.
“2017년 중 지난 5년간의 계획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5년간의 종합평가 이외 매년 NAP 과제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바, 2015년의 이행상황 점검 결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89개 과제 중 27개는 완료, 61개는 정상추진, 1개 과제는 지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NAP의 이행상황은 관계부처의 자체적인 평가 이후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 활동가등이 포함된 25명의 국민점검단의 평가의견을 듣고 이를 종합하여 평가하고 있다. 평가결과는 공개된다.”고 답변 하였습니다.
- 공청회를 앞둔 지금, 정부가 했던 답변에 근거하여 지난 5년간의 계획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 졌는지, 2015년도 점검한 이행상황 점검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는 우선 밝혀야 합니다. 현재 법무부 인권국 홈페이지에는 2014년도 이행상황까지만 공개가 되어있습니다. 2015년도와 2016년도까지 포함하여 지난 5년간의 종합적인 평가 없이 3차 NAP가 준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2) 참여의 부재: 정부부처 및 시민사회와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 졌는가
- 3차 NAP수립과정에서 정부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평가해야한다 봅니다. NAP는 전 정부부처들이 인권정책 수립에 참여하여 정부 내에서 인권주류화를 실천하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3차 NAP초안을 보면, 정부 부처간의 충분한 논의와 협력 혹은. 인권문제에 대한 문재인정부차원의 통합적인 기획이나 종합적인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NAP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3차 NAP는 2차 NAP에 대한 평가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구성된 국민점검단만의 참여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 3차 NAP 의견수렴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없었습니다. 인권상황에 대한 총체적 후퇴가 있었던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인권관련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작성된 제3차 NAP초안은 당연히 시민사회와 제대로 된 협의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과정에서 작성되었으며, 그 내용 또한 부실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국민점검단을 포함한 지난 정권의 인권관련 거버넌스에서 배제되었던 대부분의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입장에서는, 정부가 개최하는 공청회가 유일하게 NAP내용과 수립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공청회 참여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정부는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지난 시기에 주도했던 인권관련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NAP 권고안에서도 상당부분 후퇴된 형태로 공개된 초안이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내용의 부재: 반영되어야 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 UN의 각 특별 보고관 들의 한국 방문 보고서와 조약기구의 최종권고안, UPR 권고안들은 한국정부에 지속적으로 인권현안들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 제3차 NAP는 UN이 한국정부에 지적한 권고안들을 정리하고 이를 언제, 어떻게, 누가 이행할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UN에 정부와 시민사회의 입장이 전달되었고 이를 근거로 마련된 권고안들은, 한국정부의 인권정책을 UN이 점검하고 평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NAP가 설립부터 UN의 결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NAP에 UN의 권고를 반영하고 이에 대한 이행계획을 세우는 것은 NAP의 일반원칙에서 밝힌 “보편적 인권기준의 내용을 포함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전개”하라는 원칙에 부합합니다.
- UN의 권고들이 일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참여를 보장하고 강화하라는 것입니다.
4. NAP수립에 대한 제언
1) NAP의 위상강화
- NAP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포함하여 대한민국 사회가 NAP를 인지하고 이에 대해 지지하는 과정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합의되고 실천되어야 합니다.
- 그러나,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에게 NAP을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그 동안 NAP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사실상 문서로서는 존재했을 뿐이다. 또한, NAP이행을 위해서는 국회차원의 입법을 포함한 이행노력도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회와 NAP이행을 위한 협의나 설명과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왔습니다.
- NAP가 법무부 인권국이나, 국가인권위만의 의제가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를 포함한 대한민국 정부의 이행과제임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즉 인권이 특정부처의 영역이 아닌 정부 전체의 중심기조로 자리 잡도록 NAP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제대로 제3차 NAP를 수립하기 위해
- 제3차 NAP는 문재인 정부 기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인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제3차NAP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을 집대성하고 이행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과 문서가 되어야합니다.
- 이런 중요한 NAP를 2개월 남은 2017년에 유엔이 권고한 절차에 따라 준비하고 완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 인권 거버넌스를 새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고 NAP수립과정이 그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부실이 예상되는 NAP를 발표하고 시민사회와 이를 두고 소모적 대립을 지속할 것인지, NAP발표기간을 비록 넘기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충실한 NAP를 만들어서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를 강화해 나갈 것인지 정부는 선택해야 합니다.
3) 제3차 NAP 수립을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요구
- 지금이라도 정부는 제3차 NAP수립을 위해 2018년 상반기를 최대 활동기간으로 설정하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NAP를 만들어 갈수 있는 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합니다.
-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국정부에 대하여, 시민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NAP의 수립 및 이행과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완전히 참여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라는 권고를 수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 수립부터 평가까지 제대로 만든 NAP는 정부의 모범사례로 남아 한국사회의 인권향상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국정기조인 ‘인권존중’에 걸맞도록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다할 수 있는 NAP를 수립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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