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인권을 인질 삼는 퇴행 국회에 경고합니다
국회가 반인권의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혐오를 강화하고 인권을 공공연히 부정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인권에 대한 경시가 한국사회를 촛불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20대 국회에 경고한다.
1. 인권에 대한 신념을 ‘정치적 편향’으로 둔갑시키는 왜곡을 중단하라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및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사청문회는 놀랍게도 ‘인권’을 결격사유로 문제 삼았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한 바 있고, 그 배경이기도 한 국가보안법 제7조는 반복적으로 폐지 권고를 받아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입법 역시 수차례 권고를 받아왔으나 추진되지 않는 오래된 인권 현안이다. 헌법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된 국제인권법을 연구하는 활동에, 박수를 보내기는커녕 정치적 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이니, 이 역시 기가 찰 노릇이다. 야당 의원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노력을 정치적 편향이라 왜곡하며 추궁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국정원의 여론조작이나 블랙리스트를 ‘보수적 편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반인권 범죄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이 ‘진보적 편향’이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국회는 인권의 가치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언을 멈춰야 한다.
2. 혐오에 휩싸여 차별을 고착화하는 ‘동성애’ 검증놀음을 중단하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동성애’가 등장했다. 군형법 92조의6 합헌 결정 당시 소수의견을 냈던 사실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학술대회를 열었던 사실 등이 문제가 된 것이다. 몇몇 의원은 옮기기 부끄러울 정도의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기도 했다. 군형법 92조의6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범죄시하는 반인권 조항으로, 국가인권위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줄곧 폐지권고를 받아온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국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이 통과의례처럼 나오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에는 찬반 토론이 있을 수 있으나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은 있을 수 없다. 찬성이냐 반대냐는 질문 자체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김이수 후보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당은 보수기독교계의 ‘문자폭탄’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부결이라는 결과를 놓고 두 정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국회가 혐오에 굴복한 것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혐오와 차별을 정략의 무기로 삼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3. 혐오선동세력의 일방적 횡포에 단호하게 대응하라
‘동성애 합법화 반대’ 폭탄은 국민의당 의원들의 문자메시지함만 공격한 것이 아니다. 국회 개헌특위가 9월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한 전국순회토론회에도 어김없이 ‘구호 폭탄’이 날아들었다. 이들은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며 “국민 YES 사람 NO”라는 구호를 외치고, 누구든지 차별당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의 정신을 부정하며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 같은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 의원들이 이들의 총회 또는 집회에 참석해 혐오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지경이다. 동성애는 불법인 적도 없고 불법일 수도 없다. 양성평등은 성평등을 배제하지도 않고 배제할 수도 없다. 혐오의 선동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폭력으로서, 토론이 아니라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 개헌특위는 토론장을 혐오선동에 노출시킨 채 방치하고 있다. 근거 없는 편견은 바로잡아야 하며 편견에 사로잡힌 혐오는 해소해야 한다. 이렇게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 세우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국회는 혐오선동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4. 시민의 힘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진전을 퇴행시키는 국회는 각성하라
인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망가뜨려온 박근혜 정권을 파면한 것은 시민의 힘이었다. 다섯 달 동안 멈추지 않고 이뤄낸 역사를, 국회는 새 정권 출범 후 넉 달여도 지나지 않아 촛불 이전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권력에 의해 강제된 정당 해산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툭 하면 ‘통합진보당’을 들먹이며 빛바랜 색깔론을 부활시키고 있다.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고 사라진 지 10년이 된 ‘산업연수생’을 다시 만들자느니, 최저임금도 주지 말자느니 하는 발언도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한국사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데 국민의당은 거들고 더불어민주당은 손놓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반동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민주주의 사회로 한걸음 내딛기 위해서는 종북몰이와 혐오선동으로부터 단절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행동도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유예하는 동안 혐오의 거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있다. 촛불 이후의 민주주의는 혐오와 함께 갈 수 없다. 인권을 인질 삼아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국회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1. 인권에 대한 신념을 ‘정치적 편향’으로 둔갑시키는 왜곡을 중단하라
2. 혐오에 휩싸여 차별을 고착화하는 ‘동성애’ 검증놀음을 중단하라
3. 혐오선동세력의 일방적 횡포에 단호하게 대응하라
4. 시민의 힘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진전을 퇴행시키는 국회는 각성하라
2017년 9월 19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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