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입장•성명

물고기들의 명목을...



ⓒ 김현창



지난해 10월 말 수원 삼성전자 옆 원천리천 3km에 걸쳐 물고기 사체 1만 마리가 떠올랐다. 내장이 터지고 등이 휘고 머리와 꼬리 색깔이 변한 상태였다. 동자개·가물치·얼룩동사리·꺽지·붕어 등의 집단 폐사된 물고기들은 물이 없는 곳까지 밀려 나와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갔다.

물고기들의 목숨을 뺏은 시간은 짧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천리천은 작은 하천이지만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광교 신도시 건설로 물고기들이 거의 살지 못하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개체수가 늘어가는 살아나는 하천이었다.

삼성도 수원시도 아닌, 시민단체들이 삼성 방류구에서 물을 채수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맹독성 물질인 시안과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클로로포름이 검출되었다.

삼성전자는 사건 이후 “원천천 물고기 폐사는 삼성전자에서 오폐수 정화공사를 맡은 업체에서 소독제의 일종인 차염소나트륨이 과다 포함된 물을 방류됐기 때문”이며 피해범위도 500m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자신들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피해범위조차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을 말했다. 한술 더 떠, 수원시는 물고기 사체와 하천수를 검사하지 않았다. 부주의인지 의도적인지 알 수 없게 중요한 증거를 소멸시켰다.

사건 발생 40여 일만에 공식적으로 삼성과 시민사회단체의 면담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성의 없는 답변과 책임회피식 발언은 삼성이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할 내용이 없다는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것은 매년 삼성이 발표하는 지속가능보고서에 나오는 수질 오염 및 환경 분야에 대해 발표한 내용, 물고기 집단폐사에 대해 삼성의 대처내용 등을 묻는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또한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사건 해결 및 환경 보전을 위한 소통협의체를 꾸리자는 원론적인 수준의 것이었다. 기본 중의 기본사항들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외면하는 삼성은 과연 물고기 집단 폐사 및 지역 환경보전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어 대수냐고 묻기도 한다. 생태계가 어떻게 순환하는지 알면서도 하는 질문일 테니 굳이 답할 필요 없겠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라도 맹독성 물질이 하천에 흩뿌려졌는데도 수원시가 중요한 증거물을 소멸시켰다. 일류 기업이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 넘기고 자신들이 줄기차게 외쳐왔던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다. 기업과 지방정부가 묘한 사이클로 돌고 돈다.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생태계 파괴 가해자이며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당장은 물고기 만 마리가 죽었지만, 진실을 은폐하는 자들의 순환계가 돌고 도는 한, 나중은 어찌될지 모른다. 지금 막을 수 있는 것을 못 막는 짓을, 버젓이 눈 뜨고 당하고 있다. 물고기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2015. 1. 6. 경기일보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경기시론] 물고기들의 명복을…


* 아래 '공감' 버튼, 페이스북 좋아요 한번씩 눌러주시면

더 많은 분들께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