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집행자> 중 한 장면
[사형집행중단 17년 종교인권시민사회 공동성명]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국가와 사회의 약속입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 17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입니다. 지금도 사형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부 국가들에서는 한국이 17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할 만한 사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17년간 이 땅에서 단 한건의 사형집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법률에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한, 사형집행은 언제든지 재개 될 수 있다는 무서운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집행중단 17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2013년에는 전 세계 198개국 중 오직 22개국만이 사형을 집행하였으며 사형집행국의 수는 매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140개국이 법률적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폐지국이 되었고 58개 국가만이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 12월 13일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Madagasca)의 국회가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며, 대통령의 서명절차만 남아있습니다.
지난 2009년 대한민국 정부는 유럽평의회 범죄인 인도협약에 가입, 국내에 송환되는 범죄인에 대하여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었고, 국회는 이를 비준하였습니다. 그러기에 EU에서 송환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사형제도의 존치는 우리 헌법상 평등권에 대한 위반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8년과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실시한 국가별정례인권보고서(Universal Periodic Review)에서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사형제도 폐지를 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사형제도는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형벌이며, 사형제도 폐지의 전 세계적인 흐름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국내외에서 참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가 되면 사형 존치와 사형 집행의 목소리가 커지곤 합니다. 하지만 유엔과 전 세계의 석학들의 연구 결과는 사형제도의 존재여부와 범죄 억지력은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형의 구형이나 선고를 범죄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거나 성난 민심을 달래는 정치적인 용도로 악용되어 왔던 것에 대한 비판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난 12월 15일에는 18년 전 사형 당한 중국의 한 청년의 무죄가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중국 네이멍구 고급인민고등법원 부원장은 “이 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너무나 가슴 아픈 것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청년의 부모 앞에 머리를 숙이고 사죄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그 청년의 부모들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8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 되었습니다. 17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훨씬 넘는 175명이 공동발의 하였고, 18대 국회에서는 여야에서 발의한 총 3건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하는 등 국회의 사형제도 완전한 폐지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현재 19대 국회에서도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의 발의가 여야의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법안에 많은 의원들이 공동발의자가 되어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사형제도를 폐지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실질적 사형폐지국을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되어야 합니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이라는 복수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참혹한 범죄가 발생했다고 똑같이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합니다.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모색하고, 구조적인 모순을 찾아내며, 애초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사형 제도의 완전히 폐지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앞으로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인 것입니다.
범죄 피해자 가족 모임의 구성원들은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우리의 이름으로 아무도 죽이지 말라”고 말하고 계십니다. 더 확실한 책임을 가져야하는 국가, 정부, 국회라는 곳에서 국민의 법 감정을 핑계대고 황색언론들의 여론 몰이에 숨어 가장 비겁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사형집행 17년을 맞이하며 다시 한 번 간곡하고도 단호한 권고를 19대 국회에 전달합니다. 19대 국회에서 모든 법률에서 사형을 폐지하고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되어 아시아와 전 세계의 사형폐지 운동을 이끌 수 있도록 결단을 해야 합니다. 그 어떠한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가 사형제도 폐지라는 전 세계적 부름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2014년 12월 30일 대한민국 사형집행 중단 17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사형제폐지불교운동본부, 서울대학교공익인권법센터,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 한국천주교서울대교구사회교정사목위원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한국사형폐지운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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