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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웹 소식지 몸살

[몸살 29호_봄] 인권으로 모이고, 잇고, 떠들다

[행궁동 책모임]

이상한 모임입니다. 분명 책모임인데 책이 중심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뭘 먹지?’라는 질문에 분위기가 가장 활발합니다. 누구는 완독, 누구는 절반, 누구는 10장, 누구는 제목만.. 다 읽어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러나, 감동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책을 넘어섭니다. 책이 주인공이 아니라 책 모임 구성원들의 삶과 일상이 주인공 입니다. 책은 소소하게 읽고, 먹고 떠드는 것은 거창하게 합니다.  책은 그저 거들 뿐. 이 이상한 모임이 바로 행궁동 책모임입니다. 행궁동 책모임은 다산 벗바리들의 모임입니다. 벗바리가 아닌 분들도 벗바리가 되는 마력의 모임이지요.  지난 모임에서는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었습니다.  ‘시선으로부터’는  시대의 폭력과 억압에서 당당하게 살아갔던 심시선과 그녀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심시선 여사가 떠난지 10주기에 가족들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별한 제사를 준비합니다. 하와이에서 각자 자유롭게 가장 의미있는 순간들을 수집해 오는 것. 가족들은 심시선을 기리기 위한 여행 속에서 그녀를 추억하고, 자신들의 현재를 돌아봅니다. 행궁동 책모임은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사’라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기도 했지요. 가부장제, 유교적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을 나누는 것, 추모와 기억의 대안적 형태로서 제사는 어떠해야 할까.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책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맛있는 전과 막걸리가 이야기의 흥을 돋구었구요! 행궁동 책모임은 가볍고 즐겁게 모이고 웃고 떠듭니다. 맛난 것도 나누고, 책 이야기도 나누고요. 누구에게든 열려있습니다. 관심있는 벗바리분~ 연락주세요!

[남성 페미니즘 모임]

다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발걸음, ‘페미니즘 남성 모임(가칭)’을 준비하며

10년 전 대학 시절, 학내에 페미니즘 운동이 빠르게 퍼져나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평등의 시선으로 변화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생리대 비치 사업’을 반대하거나,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부르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하는 등 거센 백래시 또한 존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페미니즘을 향한 혐오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SNS에만 존재 할 것 같던 혐오와 배제의 목소리들이 이제는 오프라인으로 나왔고, 바로 우리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권리’를 요구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삶의 출발선이 달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 누군가에게 고유한 이름 대신 나이와 서열에 기반해 ‘형, 동생’이라 부르는 것이 곧 친밀한 문화로 포장되는 사회. 우리는 이처럼 일상에 깊게 스며들고 굳어진 문화와 ‘당연함’에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질문을 찾기 위한 첫 움직임으로, 올해 다산에서는 페미니즘을 함께 읽고 공부하는 ‘페미니즘 남성 모임(가칭)’을 새롭게 진행합니다. 평등과 연대를 고민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다산의 새로운 모임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모임에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다산인권센터에 라이언 활동가를 찾아 주세요!

[하지가 쓰는 다산의 밥상]

연결의 밥상 위에서 서로를 마주하다

다산으로 처음 출근을 하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점심시간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의 노련함은 인권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부엌 위에서도 빛을 발했죠. 일주일 여 동안 호화스러운 점심 밥상을 즐기고 나니 제 밥 당번이 코 앞에 다가왔어요. 메뉴를 고민하느라 머리를 싸맨 시간보다 서툰 칼질에 용을 썼던 식사 준비 시간이 더욱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1인 가구를 위한 밀키트와 배달앱으로 요리의 영역 또한 간편하게 외주화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1인분 이상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죠. 뿐만 아니라 작은 화면 속에서 내가 제일 즐거워할 수 있는 내용만 쏙쏙 골라 흘러나오는 밥 친구 없이 낯선 이들과 함께 밥을 넘기는 일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다산인권센터가 서로를 위해 점심을 준비하고 함께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산인권센터는 직책 없이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직 문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인권 활동을 해온 시간도, 주거 형태도, 살아온 시간도 다른 우리가 만나 서로를 한 명의 동료이자 활동가로서 존중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연결의 끈을 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실을 엮어 가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한끼, 마주보며 식사를 하지요. 

동료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반찬 앞에서는 젓가락질이 느려지는지 살피며 우리는 더 가까워집니다. 이제 앞으로 다산은 벗바리님들과도 더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벗바리와 함께하는 밥상 수다회>를 통해서요. 다산이 지은 밥을 함께 먹으며, 벗바리와 다산이 함께 인권의 끈을 엮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