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웹 소식지 몸살

[웹 소식지 몸살 23호_2024년 가을]다산 활동가들의 TMI

사소하지만 알아두면 재밌는 이야기, '다산 활동가들의 TMI', 이번 호에서는 활동가들의 물건 중 가장 오래된 물건을 소개합니다.

 

라이언의 오래된 물건 '벽난로 불멍 무드등 라이언&춘식이'

 2022년 독립을 하면서 짐을 많이 버리고 오다보니 생각보다 오래 된 물건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도 집에서 버리지 않고 챙겨 온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니 '벽난로 불멍 무드등 라이언&춘식이'가 보였습니다. 불면증이 심하던 몇 년 전에 저런 게 있으면 나도 잠을 잘 잘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하기'를 눌러놨는데 한 친구가 생일 선물로 '하기' 누른 것 중에 하나 보낸다는 메시지와 함께 무드등을 선물했습니다. 다행히 이후에 불면증이 나아져서 그리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집에서도 불멍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주애의 오래된 물건 '엄마의 손때가 묻은 종이'

엄마는 우리 집안 사람들이 태어난 일시를 고이 적은 종이를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셨어요. 아이들이 태어난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고 매번 물어보는 나에게 아직도 기억을 못하냐고 타박하시면서도 항상 그 종이를 소중히 꺼내서 보내주셨죠.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 종이만은 버리지 않고 지니고 있고, 아직도 나도 아이들도 기억 못하는 아이들의 태어난 시간은 엄마의 종이가 알려줍니다. 내 손에 들어온지는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는 아주 오래된 물건이죠. 엄마의 글씨체를 보며 엄마의 타박과 함께 엄마를 추억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랄라의 오래된 물건 '아들이 준 플라스틱 반지'

15년째 동거중인 청소년이 어린이 시절, 반지를 건내주더라구요. 엄마에게 주고 싶어 벼룩시장에서 구매했다며.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물건을 골랐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흐뭇해지더라구요. 가끔 서랍을 열다 한번씩 껴보고.. 그 반지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훌쩍 자란 청소년과 투닥투닥 싸울때도 그 반지를 생각합니다. 그런 날도 있었지...

 

아샤의 오래된 물건 '집에서(만) 입는 반바지'

평소에 물건을 험하게 쓰는 편은 아니라서 뭔가를 사면 망가지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한 대체로 오래 쓰는 편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체격이나 체형의 변화가 거의 없어던 덕분에 오랜 시간 저와 함께 한 옷이 몇 벌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옷은 위 사진에 보이는 편한 반바지인데요, 바야흐로 1999년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똑같은 디자인의 저 바지를 하나씩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군데군데 헤진 곳이 있지만 내 몸처럼 너무나도 편해서 계속 입었는데, 올 여름 허리를 묶는 끈이 삭아서 두 번이나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있는 끈으로 응급조치를 해봤지만 아무래도 내년 여름에는 고이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예감이 드네요. 흑흑~ 반바지야 그 동안 수고 많았어! 

 

쌤통의 오래된 물건 '‘꼬매기 공방에서 만든 인형'

나에게 오래된 물건이 뭐가 있을까... 하면서 집안을 한 바퀴 돌아봤다. 자연스럽게 집 안 정리를 시작했다. 정리하면서도 아 피곤해라는 말이 툭하고 나왔다. 몇 번의 이사를 하고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박스 안에 차곡차곡 모아만 두고 사용하지도 꺼내보지도 않는 것이 많았다. 역시 이고지고 사는구나... 이것이 삶의 무게인가 싶다.

매일같이 같은 곳에 있는 물건인데 가만히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사연들이 생각난다. 그 중에 꼬매기공방에서 만든 인형이 있다. 대학 다닐 때 친구랑 우연히 퀼트공방에 들렸다가 패키지 상품으로 처음 키링을 만들었다. 당시 내 맘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만든 키링을 달라고 했다. 안된다고 조금 튕기다가 못 이기는 척 줬다. 솜씨 좋다며 칭찬도 들었다. 원래 이런 고품격(?) 취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집에서 퀼팅으로 인형을 만든다고 뻥도 쳤다. 내가 준 키링을 가방에 잘 달고 다니는 걸 보고 내심 흐뭇하고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인연이 어찌 될지 모르니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 날까 싶어서 꼬매기 공방에 수강생으로 정식 등록했다. 첫 수업시간에는 보통 시침핀 꽃이나 바느질 수첩을 만드는데 나는 바로 인형을 만들겠다고 했다. 내가 왜 인형을 만들겠다고 하는지 사연을 들은 선생님은 바로 인형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해서 만든 첫 번째 인형이 사진 오른쪽 인형이다. 그 후로도 한 동안 토끼, 코끼리, 곰을 만들었다. 아주 잘 만들었다. 꼼꼼해서 소질이 있다고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선생님이 사연에 그 사람과는 요즘 어떠냐고 물었다. 퀼팅만 열심히 하려고 마음잡았다고 했다. 어찌해서 내 마음이 식었는지 잘 기억이 없다. 벌써 20년 전 기억이다. 그냥 그때 그 시절 대학을 다니며 새로운 걸 꾸준히 배우는 동기를 만들어 준 사람 정도로 기억하기로 했다. 갑자기 가슴 설레이게 했던 일들과 사람들이 누구였더라 생각하게 하는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