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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활동소식] 현병철 '전'인권위원장에게 보내는 선물





다산인권센터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앞으로 한통의 편지와 선물을 특급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현병철 위원장의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해 위로의 선물인 동시에, 더 이상 인권위원장으로써 이름을 호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현병철 위원장에게



오늘 당신을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호명하는 것이 이제 제발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인권위원장으로 재직하셨으니, 이제는 인권단체 이름 정도는 아실 것이고, 또는 인권활동가의 이름 정도는 아실 수도 있겠으나 인권의 이름으로 행한 당신의 업적으로 봤을 때, 제가 누군지 다산인권센터가 어떤 곳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 간단히 소개합니다.


당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나이겠지만 저는, 당신이 인권이 무언지 생애 한번 고민한 적도 없었을 때부터 인권현장에 16년간 있었던 박진이라는 사람입니다. 다산인권센터는 그보다 더 오래전 1992년부터 해고된 노동자, 쫓겨난 철거민, 경찰에게 맞아죽은 시민의 억울한 삶과 죽음을 지키려 달려온 인권단체입니다.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기도 힘든 시간에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나, 인권위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고생하는 인권단체들 중 하나입니다.


그러한 우리는 2000년 독립적인 인권기구, 국가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눈물보다 빨리 흘러내리던, 흰 눈을 보면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인권단체들의 미약한 힘으로 막을 수 없는 폭력과 야만을, 제대로 된 국가인권기구가 만들어져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국가인권위원회입니다. 당신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청와대는 “국가인권위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으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 우리는 사막같은 모래 바람이 가슴에서 서걱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편파적이었고, 인권을 함부로 대했는지 모조리 기억하는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느꼈습니다.


당신은 국가 공권력의 피해자들인 용산참사의 유가족과, 민간사찰의 피해자, 쌍용차 노동자를 외면했습니다. 당신은 PD 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표명과 국정원의 박원순 명예훼손 의견표명 부결,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부결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킨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그러한 당신으로 인해 함께 일했던 인권위원들, 직원들이 사표를 던졌습니다. 심지어 인권위가 주는 인권상 수상자들도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당신은 인권위의 양심있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징계했습니다.


당신은 17차례나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인권위가 자기 기능을 못하도록 흔들어댔던 것입니다. 어제 당신이 청문회에서 했던 무수한 거짓말을 보면서 우리는 참기 힘든 분노를 수차례 삼켰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엘리베이터를 지난 3년동안 딱 2시간 껐다구요? 장애인들 못 올라가게 하려고 꺼버린 엘리베이터 때문에 비장애인들만 1층부터 11층까지 걸어 올라간 것이 몇 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었습니다. 난로를 안껐다구요? 농성중이던 우동민 활동가가 꺼져버린 난방으로 인해 결국 폐렴으로 1월 1일 돌아가셨던걸 보고조차 받지 못했습니까.


어제 당신의 진저리 쳐지는 거짓말과 뻔뻔함을 보면서, 우리는 당신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명품이되 짝퉁인 신발하나가 찢어졌습니다. 그것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발표한 17편의 학술논문 가운데 최소 7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는 청문회의 보도를 보면서 명품이 되고 싶었던 당신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허위재산등록, 아들병역비리의혹, 위장전입...셀 수도 없는 의혹투성이인 당신의 삶이 가엽기도 합니다. 명품이 되고 싶었던 짝퉁 신발의 찢어진 귀퉁이처럼 초라한 당신의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 중에 ‘두개의문’ 리플렛도 동봉합니다. 극장에서 쫓겨난 영화입니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으로 당신이 침묵했던 그,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입니다. 나는 당신이 보지 못한 그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용산참사의 진상규명활동을 했기때문입니다. 진상조사의 날들이 어땠는지 말씀드릴까요?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수많은 새벽, 잠 못들면서 바라보던 하늘은 늘 서늘했습니다.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서라도, 중요한 의견 하나라도 나타나 주길 바랬습니다. 


악마가 사줄 수 있는 영혼이라면 그것이라도 팔아,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힘을 가지고 있던 당신은 침묵했습니다. 보란듯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지요. 당신에게 꼭 이 선물들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그래서입니다. 당신의 몰염치함과 부도덕함과 반인권적 태도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심장에 꼿꼿한 송곳을 찔렀는지 알려주고 싶어서 였습니다. 부디, 당신이 인간이라면, 언젠가 꼭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기 당부드립니다.


주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아드님을 위한 제대로 된 체중계도 보내드리고, 돋보기도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만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한끼에 15만원하는 농어탕과 회초밥을 즐겨드신다고 하니, 일식집 전단지도 보내드립니다. 오사카수제초밥 전문이라하니, 1억 5천만원이나 쓰실 일 없이 저렴한 가격에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산인권센터를 포함한 인권단체 리플렛도 동봉합니다. 당신이 받은 강의료를 사회단체에 기부한다고 했으니, 인권단체들에게 후원할 것을 당부드리는 마음입니다. 인권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아시는 것이 없는 듯하여, 세상을 두두리는 사람 2011년 1.2월호도 동봉합니다. 끝나지 않은 용산이 특집이군요. 아참, 이정부의 트랜드에 맞춰 부동산을 꽤나 좋아하시는 것 같아 부동산 안내지도 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기억력을 걱정하여 특별하게 약봉지 두 개도 넣었습니다. 건망증이 심해진 저를 위해 엄마가 특별히 보내주신 보약입니다. 이 약을 먹고 나서 두통도 덜하고, 깜빡깜빡하는 건망증도 덜해진 듯합니다. 거짓말과 기억력 감퇴에 익숙하신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듯해서 통 큰 심정으로 두 봉지나 넣습니다. 식사 후 따뜻하게 데워 드시길 바라고, 냉장보관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이제 줄이겠습니다. 당신이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고, 인권위에 있었던 죄많은 시절을 참회하길 기원합니다. 한국사회가 쌓아온 인권 현실을 당신이라는 한 사람이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그런 당신 옆에 기생하며 부역하는 몇 몇 이들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알게 되길 바랍니다. 더도 덜도 할 것 없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사람들이 당신의 연임을 부끄러워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눈치라도 있으면 누더기같은 당신이 폭탄임을 알겠지요. 그렇다면 더 이상 우리는 당신을 위원장으로 호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날을 기대합니다. 

현병철씨, 많이 양보해서, 인권활동의 선배로써 충고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아야합니다. 아시겠지요? 


덧> 요즘 유행하는 삼철이송이고 아시는지요. 인터넷에 검색해보세요. 꽤 유명한 분들과 동급이 되어, 우쭐해지면서 불편한 심기가 달래질지도 모릅니다. 제목은 “으라차차 내 친구 삼철이”입니다. 그리고 어느 언론사에서 잘 정리한 당신의 어록도 동봉합니다.
 


당신을 국가인권위원회 전 위원장으로 기억하고 특별택배를 보냈습니다.



2012년 7월 17일

다산인권센터



■ 현병철 어록 (출처 http://www.redian.org/archive/8274)


“인권위원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2009년 7월 인권위원장 임명 직후 언론 인터뷰


“독재라도 할 수 없다.”- 2009년 12월 28일, 전원위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 제출이 가결되려 하자 의사봉을 두드리고 퇴장하며


“이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하겠습니다.”- <PD수첩> 건에 대해 5명의 인권위원이 찬성, 4명의 인권위원이 반대하자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 2010년 7월, 사법연수생 간담회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다.”- 몽골 학교 방문 시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래야 돼요?”- 2011년 7월, 기자간담회 도중 “인권은 법과 별개로 다루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반문


“나는 평생 신문 뉴스도 안 보고 산 사람이다. 청와대로부터 통보받고 KBS 9시뉴스 보기 시작했고 <동아일보> 구독도 신청했다.”


 “에이즈 때문에 공중목욕탕 가기 꺼려진다”


“불법농성장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할 가치가 없다” - 두리반 전력공급긴급구제요청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