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강의 중 벌써 네 번째 강의가 진행됐어요. 어제(12일)는 수유너머R에서 연구, 활동중인 고병권님을 모셨습니다. 웃는 얼굴이 해맑으십니다. ^^ 지난해 뉴욕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을 경험하고, 평소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던 분이지요.
미국에서 돌아온 후 이곳저곳 다니시면서 '(불)가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투쟁, 밀양 송전탑 문제로 분신하신 할아버지와 투쟁하는 주민들, 남일당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들,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하는 청소년들...이들은 현실적으로 '대안없음'에 절망한 것이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안없음'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바로 이 체제의 '대안없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다 하다 안되서 거리로 나와 앉아야 하고, 천막을 쳐야하고, 농성을 해야하고, 철탑으로 올라가야 하는 이 행위가 바로 '체제의 불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작년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주실 때는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한국의 2008년 촛불을 연상케 하는 이번 점거시위에서 중요하게 봤던 것이 바로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였다고 합니다. 규격화되고 형식적인 집회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목소리를 내고 듣고 하는 이 모습이 생동감있게 보였고, 이번 점거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너럴 어셈블리 모습(사진 출처:vice.com)
점거자들은 권력을 장악한 뒤 사회를 바꾼다는 생각, 사회를 바꾸기 위해 권력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당신이 원하는 삶의 형태로 당신 투쟁의 형태를 만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목적과 수단은 분리되지 않는다. 당신이 원하는 삶의 형태가 당신의 투쟁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운동은, 투쟁은, 예시적(prefigurative). 다시 말해 그들은 투쟁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시도하고 또 표현한다. _ 고병권님 발제문 중
열띤 강의가 길어져 대관한 장소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어두컴컴한 야외에서 연장강의까지 했답니다. 들어도 들어도 끝이 안날 것 같은 말씀들이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사유 그리고 시도(실천)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공감했습니다. 긴 시간 강연해주신 고병권님 그리고 자리를 뜨지않고 모기 물려가며 밖에서 끝까지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사진은 오렌지가좋아님(자원활동가)이 제공해주셨습니다.
※ 참고로 아래 고병권님의 발제문 파일을 올려놓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다운로드 받으세요
※ 다산인권센터 20주년기념 인권특강, 마지막 강좌는 엄기호님(『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을 모시고, 신자유주의시대 몰락하는 인권과 우리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지막 강좌는 다음주 20일(금) 저녁 7시 수원시평생학습관 1층 도요새 책방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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