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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웹 소식지 몸살

[웹 소식지 몸살 14호_2022년 여름] 콕 집어 인권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할까요?"


   손을 내밀어 타인의 체온을 나누고, 함께 차를 마시고, 웃고 떠들고, 자유롭게 숨을 쉰다는 감각. 너무도 익숙한 일상을 파고든 감염병의 위기 속에서 이 모든 것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낯선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체온을 체크하고, 오고 간 기록을 작성하고, 식당에 가기 전에 함께 앉을 수 있는지 없는지 인원수를 확인하고, 공상과학 영화에서 막연하게 상상하던 인류 미래에 너무 쉽게 당도한 느낌이었습니다. 현실을 반영하듯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에 나와 깜짝 놀라거나 마스크를 찾아 헤매는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봅니다. 

  감염병의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많은 반성과 후회를 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삼림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생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문제를 지적하며 개발과 파괴가 아닌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돌아보자 했습니다. 이윤 추구와 속도 경쟁보다 늦더라도 함께 가자,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서로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삶을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에 대해 모두 공감했습니다. 감염병으로 인해 우리 삶이 달라진 것처럼 또 다른 세상으로의 전환이 가능할꺼라 생각했습니다.

  망각은 시간을 먹고 자랍니다.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위기가 두려움이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감염병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피어났던 말들이 시들어버렸습니다. 멈춰졌던 경제를 깨우기 위해 더 속도 내고 경쟁합니다. 감염병 위기를 발판 삼아 기업은 더 성장하고 노동자의 삶은 위태로워졌습니다. 다시, 발전을 위해 개발에 몰두하고 멈추지 말고 앞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성찰, 전환, 변화는 2년 전 사회를 빼곡하게 메우던 말들이었으나 너무 쉽게 잊혀졌습니다. 감염병의 확산과 감소, 새로운 변이의 탄생은 멈추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이전으로 돌아가는 삶이 아닌 달라진 세상을 그려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