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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웹 소식지 몸살

[웹 소식지 몸살 14호_2022년 여름] 콕 집어 인권 "'노키즈 존' 논쟁에 어린이의 경험은 어디 있나요? "

   지난 6월 동생과 6살, 8살 두 조카가 집에 놀러왔습니다. 이모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온 조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어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들을 폭풍 검색했습니다. 어린이 대공원, 프로야구장, 대형문구점 등등 조카들과의 일정은 꽤나 빡빡했습니다. 우리의 일정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날은 광교에 있는 도서관에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모두 시원하게 음료 한 잔씩 마시기로 하고, 제가 가끔 가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동생이 주차를 하는 사이 저는  조카들을 데리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전 시간이라 손님은 한 분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가자 조카들은 테이블로 가서 앉았습니다.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여기서 먹고 가실거냐?'고 물었습니다. '네'라고 대답하니 '여기는 노키즈 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너무나 당황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인권 활동가로서 노키즈 존에 대해 토론도 하고, 심지어 강의도 진행했으나 실제로 아이와 왔기 때문에 카페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황당했습니다. 이전에 왔을 때 여기가 '노키즌 존'이라는 사인을 봤던가? 여기가 왜 노키즈 존인거지? 머리 속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우선 조카들에게 나가자고 했습니다. 음료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왜 나가야 하냐고 큰 조카가 물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해서 그냥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와버렸습니다. 막 들어오려던 동생이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노키즈 존'이라고 했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큰 조카가 옆에서 그게 뭐냐고 묻길래, 어린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 게 어딨냐고 되물었는데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조카가 말했습니다. '난 아무 짓도 안했는데… 그리고 저 아저씨도 한 때 어린이였는데, 왜 어린이를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너무 기분 나빠!' 생전 처음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카페 입장을 거절당해 기분 나빠하는 조카를 위로했습니다. 문득 저 역시 지금 것 노키존을 경험한 아이들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끔씩 논란이 되는 '노키즈 존' 논쟁조차 어른들의 관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어쩌면 그 논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노키즈'라는 이름으로 존재를 거부당하는 어린이들의 경험이 아닐까요? 아이들의 경험과 느낌에 귀 기울일 때 '노키즈 존' 논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