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논평
닥치라, 너희가 학살의 주범이다.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풍선같은 침묵이 병실의 모서리들을 향해 부풀어오르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트럭이 병원 앞길을 지나가며 목소리가 크고 선명해졌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구절이다.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를 지켰던 시민들은 간절히 외쳤다. 함께 나와서 싸워 주십시오! 그 밤, 숨죽여 목소리를 듣던 이들에게 좌절과 희망, 두려움과 용기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목소리는 결국 모든 이들을 움직였다. 시민들은 1987년 6월과 2017년 촛불혁명까지 광장으로 나왔고 민주주의는 역사를 굴렸다.
하지만 39년 전 광주는 여전히 과거가 아니다.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향한 모욕이 넘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치인들이 나섰고 극우적 망언이 잇따른다. 제대로 징계조차 하지 않은채, 진상규명위원회를 짓밟으면서 황교안 일당은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하고 있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루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소설의 또 다른 대목이다. 아직 장례를 치룰 준비조차 되지 못한 올해, 어쩌면 거대한 장례식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광주 영령을 모독하는 입을 닥치라. 너희가 학살의 주범이고 그들의 자손이다.
2019년 5월 18일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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