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구)웹진_<다산인권>
2011. 9. 20.
도시락과 돈봉투
안기희 유난히 더웠던 어느 여름 날, 신문 모퉁이에 실린 한 기사가 아직도 내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 어느 도시락 가게에 갓 스물이 된 한 젊은이가 찾아 와 흰 봉투를 내밀었다. 그 봉투 안에는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글과 함께 현금 12만원이 들어 있었다. 급식은 커녕 학교에 급식소조차 없어 많은 학생들이 2000원짜리 도시락을 배달받아 먹던 시절, 그 학생은 형편이 너무 어려워 도시락 값을 계속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마자 그 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 도시락 가게를 찾아온 것이다. 가게 주인 내외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한사코 봉투를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그 가게 주인의 말이 가슴에 더 와 닿았다. 그 학교엔 워낙 가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