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앞으로 국회 앞에서도 '앉아서' 집회하세요! '
오늘 오전 11시 반, 진한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를 뚫고 국회 앞 1호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텐데요, 그 동안은 국회에 민의를 전하기 위해서 집회를 열고 싶어도 특정 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1조 때문에 '기자회견'의 형식의 빌릴 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과 각급 법원 청사 100m 이내 집회와 시위를 금지·처벌하는 집시법 11조에 대해 잇따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 앞에서의 신고 집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국회 앞에 신고를 내고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집회를 할 것인가'라는, 집회의 자유에 있어서의 핵심적 내용을 제한하는 11조를 국회가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다산인권센터도 공권력감시대응팀의 일원으로 공동행동에 함께 했는데요, 2019년까지 이어질 집시법 개정 국면에서 11조 전부를 폐지하는 활동을 함께 할 것입니다.
집회를 여는데 성역은 없다.
집시법 11조 폐지를 통해 어디서나 자유롭게 집회를 열자!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모든 인간은 집회의 자유를 통해 자신의 존엄성과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갈 권리가 있다. 좀 더 민주적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요구했던 수많은 투쟁의 역사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 문장에 생생하고 구체적인 현실성을 부여하였다.
지난 2016년 겨울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다양한 요구들을 쏟아냈다. 수개월간 이어진 평화로운 집회는 ‘정권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는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체감하였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로 인식되는 ‘집회의 자유’지만 이 정도 수준의 자유를 누리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활동가가 ‘불법’시위로 강제연행 되거나 경찰에 의해 미 대사관 앞에서의 1인 시위 자체가 저지당한 것이 불과 17년 전의 일이다.
야간 집회가 가능해진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2008년 ‘저녁’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활동가가 경찰에 기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통해 집시법 10조에 대한 위헌 판정을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 청와대 앞으로의 행진 역시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해 얻어낸 소중한 권리였다. 이밖에도 차벽봉쇄, 물포 사용, 과도한 채증 등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들에 대항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싸워왔고,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함께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는 국회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적 기능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은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동의 의사를 사회에 표출하고 국가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 기관인 국회가 집회 장소로 충분히 선택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사당에 이어 국무총리 공관, 법원 청사 입근 집회·시위 제한에까지 줄줄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시법 11조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제 국회의 역할만이 남았다. 헌법재판소가 집회시간과 장소에 관한 시민의 자유를 넓히는 역할을 수행해온 것에 비해 국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위헌적 내용이 가득한 집시법에 대해 국회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헌재 결정이 나와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이어받아 원천적 집회 금지 장소 조항인 11조를 지금 당장 폐지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집회의 자유를 확장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집시법이 수십 년간 금지하였던 국회 앞 집회를 열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모든 이들의 열망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집시법 11조의 폐지와 함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모든 성역의 폐지를 선언한다.
하나.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모든 법제도와 더불어 기득권 세력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한 공권력의 부당한 행태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마음껏 말하고, 듣고, 보이게 할 자유를 누리기 위해 더욱 크고 강하게 연대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2018년 11월 27일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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