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정부의 난민제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다산인권센터도 연명에 함께 했습니다. 최근 제주에 머물고 있는 예맨 난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가까 뉴스와 유언비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 표현 역시 도를 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난민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조금은 급작스럽게 닥친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예맨 난민 신청자들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난민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난민들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기자회견문을 올리기 전에 제주 난민 신청자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분이 페북에 올린 글을 공유합니다.
'아무도 자의로 난민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싸잡아 모욕할 수 있는 자격이 없습니다.'
난민제도 운영하며 차별 양산하고 혐오에 동조하는 정부 규탄한다!
한국은 94년 난민제도 시행 이래 올해 난민협약 가입 25주년, 난민법 시행 5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이 지난 5년간 난민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하였으며, 앞으로도 전 세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묻고 싶다. 지난 25년간 국내 거주 난민을 죽음의 길로 내몰아온 정부가 제시하는 전 세계 난민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동안 법무부는 누적 38,169건의 난민신청 접수를 받았으나 그중 2%인 825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난민의 권리 보호는 정부가 약속한 국제법상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국내 거주 난민을 외면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그동안 법무부는 난민신청 이후 초기 취업 권리를 제한하고 전체의 3%에만 생계비를 겨우 지급하며 난민의 자발적 생계 대책을 원천 봉쇄했다. 120억을 들여 세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또한 전체 난민신청자의 단 2%도 접근하지 못하는 규모로, 이용률은 지난 3년간 60% 이하, 연간 28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며 나머지 1만여 명의 생존권에 대해서는 묵과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간이 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체류, 노동할 권리마저 제한시키며 이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구금시키는 것도 모자라, 강제송환까지 서슴지 않았다. 난민 심사 절차에서 발생하는 접수거부, 폭언, 협박, 오역, 권리 고지의 부재, 전문인 조력 기회 차단 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난민인정 받는 것은 그 가능성이 요원할뿐더러 인정 이후에도 ‘부처 간 떠넘기기’로 관련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그 어떤 정착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난민을 사회의 ‘짐’으로 전락시키고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신청자가 입국한 상황에 대해 '무사증을 악용하여 입국할 개연성이 상존'한다는 이유로 예멘을 무사증 입국불허 국가로 추가하였다. 제주 상황에 대해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 오던 법무부가 보인 이번 행보는 난민에 대한 시민의 오해와 편견을 확산시키고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일부 혐오 세력은 “난민법은 신청과 동시에 과도한 혜택을 제공해 불법난민사태를 조장하고 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제주도는 테러에 시달리게 된다.”, “무사증제도가 불법난민에 악용되고 있다.”, “예멘이 전쟁의 상황이 아님에도 난민신청 한 것은 국제난민법의 뜻을 무시한 ‘탈법’이다.”등 난민에 대한 왜곡되고 과장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국민청원 등을 통해 난민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으며 국민청원은 18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였다. 이에 한술 더 떠 언론은 ‘난민=이슬람=테러=범죄’라는 이들의 허술한 논리를 여과 없이 보도하였으며, 무사증제도와 허위난민 프레임을 재확산 시키며 난민신청자들을 혐오의 타깃으로 일삼고 있다.
정부는 난민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과 해당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의 활동을 더 이상 묵과하여서는 안 된다. 당장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눈치 보기를 멈추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제도를 운용하라! 정부는 지난 25년의 난민제도 운영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25년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난민의 인권 없이는 한국은 결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혐오에 기생하여 난민의 권리를 배제하고 입막음하는 정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
1. 정부는 난민 제도를 운영하며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 확산 세력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 정부는 불법난민, 가짜난민, 원정난민, 탈법난민 등의 혐오 발언을 일삼는 조직과 언론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라!
3. 언론은 난민에 대한 혐오 조장의 유통경로가 되고 있음을 성찰하고 인권보도지침을 준수하라!
4. 난민혐오조장 세력은 난민의 존엄과 인권을 부정한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허위사실 유포와 혐오 선동을 중단하라!
2018년 6월 20일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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