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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입장•성명

4월 16일, 노란종이배를 접어 수원역에서 만나요


▲'특별법 무력화 시도 정부 시행령안 폐지'를 요구하며 삭발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시연 엄마' 윤경희 씨. 엄마들의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사들도 함께 울었다. ⓒ프레시안(손문상)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며

…화물차 운전기사로 세월호 선내에서 연결한 소방호스를 밧줄로 활용해 20여 명을 구조한 ‘의인’ 김동수(49) 씨다. …(중략)… ‘파란 바지의 구조자’로 알려진 김 씨는 201호 단정이 50∼60m 떨어진 해경 123정으로 다가가 권양을 옮겨 태울 때도 맨 마지막에 단정에서 내렸다. _문화일보 2014년 4월 30일자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 언론에서 ‘의인’이라고 치켜세웠던 김동수씨는 지난 3월 19일 제주 자택에서 자신의 손목을 자해한 뒤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 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지만, 문제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서다. ‘의인’이기 전에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인 김씨는 참사 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세월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 얼굴이 떠올라 사는 것이 너무 비참하다고 했다. 치료를 위해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향하는 그가 남긴 말이다.

"어제 자살을 하려고 했다. 한라산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힘들다. 아침마다 바다에 나가 학생들 헛것을 본다. …(중략)… 해경이 저한테 와서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선장이 살인자죠?" 이랬다. 선장이 살인자면, 해경도 살인자다. 나도 살인자다." _ 오마이뉴스



트라우마

참사의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생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김씨의 경우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은 트라우마와 함께 생계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일반인 생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상태와 현실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앞으로의 계획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인권단체들이 생존한 화물기사분들을 인터뷰하는 등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참혹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뿐만 아니라 구조현장에 투입되었던 민간 잠수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매일같이 시신을 수습해야 했고, 일분일초라도 빨리 수습해야 했던 당시의 긴박한 상황에서 자기 몸 돌볼 여유도 없이 바다로 뛰어 들어야 했던 잠수사들의 고통 역시 감춰져 있다. 이처럼 유가족,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구조와 시신수습에 참여했던 잠수사, 구조대원 그리고 팽목항과 합동분향소에서 이들을 도왔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하다. 국가가 나서질 않으니 민간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국민대책회의와 인권단체들이 ‘416피해자 인권실태를 위한 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인터뷰와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진실

전 국민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는 것,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되는 것, 무엇보다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하나라도 제대로 되고 있는게 없다는 점이다.
논란 끝에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에 근거해 구성되어야 할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위)'는 정부의 비협조로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예산과 직제, 시행령 등을 올렸지만, 아직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해 특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시가 급한 특위 구성에 세월아 네월아고, 여당은 하루가 멀다고 막말을 쏟아 부었다. 이번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비유하며 ‘탐욕의 결정체’라는 막발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내뱉었다. 한편 최근 알려진 것은 김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유예은 씨 아버지 유경근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게 알려져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도대체 진실은 고사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이어진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가.

365번째 4월 16일


흐드러지게 핀 꽃과 내리쬐는 봄햇살은 유가족, 실종자 가족, 세월호 생존자들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것을 의학계에서는 ‘기념일 반응’이라고도 한다.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손상이나 충격이 큰 경험을 했던 시기가 다가올 때 나타나는 우울·불안·신체적 통증 등을 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위로가 아닌 진심어린 애도가 필요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국가는 진심어린 애도는커녕 형식적인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이 비참한 형국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 이들의 손을 잡고 있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게 무엇일까.

참사 1주기를 맞아, 수원역에 시민분향소를 다시 차린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극단적인 혐오세력들로 인한 깊은 상처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 하지만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나아가 생존자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우리가 있음으로 가능해질 거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수원시민들의 작은 행동, 몸짓 하나가 진실을 여는 소중한 힘들이다. 다시, 수원역에서 노란 종이배 하나씩 접어 만나자.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들자. 1년 365일 참사공화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살아내는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내는 것. 그것을 위해 오늘도 노란 종이배를 접고, 촛불을 들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 참고
<세월호 참사 1주기 수원지역 추모사업 주요일정>
- 4월 10일(금) 저녁 7시. ‘금요일에 돌아오렴’ 북콘서트 (장소 : 수원시평생학습관)
- 4월 13일(월)~4월 17일(금) 수원역 시민분향소 운영
- 4월 15일(수) 저녁 7시. 세월호 참사 1주기 수원시민 추모문화제 (장소 : 수원역)


2015. 3.  수원여성회 회원소식지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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