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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활동 소식

[미술관]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은 시민의 요구에 답해야 합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시민 공청회에 다녀와서


공청회에 다녀왔습니다.
12월 16일 수원 화성행궁 앞에 지어지는 수원시 최초의 공공미술관에 대한 공청회였습니다. 지난주 미술관 명칭변경 요구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술관 첫 전시(?)라며 만들고 전시했던 쟁반피켓도 바리바리 챙겼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유인물도 챙겼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시민들은 많이 오시지 않았습니다. 시청 공무원, 발표자들 그리고 몇몇 지역의 작가와 문화예술계 분들만 오셨더군요. 날도 춥고, 공청회 시간도 시민들이 오기 어려운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 안병주

          
‘가칭’은 왜 삭제 됐나

공청회 장소에는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시민 공청회’라고 쓰여 있더군요. 자료집과 행사안내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까지 수원시 관계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미술관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당연히 공청회 제목은 ‘가칭’을 전제로 사용되거나 또는 ‘수원시 공공미술관 시민공청회’로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마치 확정된 듯 한 제목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청회 시작과 동시에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 시간동안의 공청회에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명칭’에 대한 어떠한 토론도 불가능한 공청회였습니다. 3부 토론 및 의견수렴 좌장을 맡은 윤진섭씨(미술평론가)는 ‘오늘 발표한 내용에 대한 질의를 해야 한다’며 ‘명칭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하는 등 의도적으로 시민들의 질문과 주장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 안병주


           
공청회?

이번 공청회는 총 3부로 진행됐습니다. 1부에 박흥식 수원시문화교육국장은 인사말을 빌어 미술관 명칭논란에 대해 잠시 언급하긴 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우리도 시민들의 의견을 잘 알고 있다. 12월 중 현대산업개발의 인사이동이 마무리 되는 대로 시민들 의견을 전달하겠다’였습니다. 덧붙여 ‘미술관 운영과 사업에 관한 세부협약을 현대산업개발 측과 맺겠다’는 말도 분명히 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 부분에 대해 ‘내년 6월이면 미술관이 수원시 소유로 되는데 왜 현대산업개발과 운영과 사업에 관한 협약을 또 맺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만, 이에 대한 답변은 어물쩡 넘어가버렸습니다.


공청회의 핵심은 2부였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관계자들이 기존 미술관 운영에 대한 발제를 한 시간이 넘도록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수원의 공공미술관에 대한 세부 계획, 수원시의 원칙과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청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이게 공청회인지 세미나 인지 모르겠다’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이 궁금해 하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쏙 빠진 채 진행된 공청회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와 발제로 참석한 다른 미술관 관계자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 안병주


           
소통은 어디에

염태영 수원시장님은 소통과 자치, 공공성을 수원시 행정의 주요 기조로 말씀하신바 있습니다. 민관협력을 어느 지방자치단체장 보다 강조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이런 수원시장님이 올해 개최된 미술관 자문회의 자리에서 ‘더 이상 명칭에 관해 언급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합니다. 이게 사실인지 와전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이 그리 말하는 것을 보면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는 옛말이 떠오르더군요.


이번 공청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이번 공청회를 통해 ‘시민의견을 수렴’했다고 자화자찬 하는 과거의 잘못된 행정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공청회에서 만난 일부 공무원들은 명칭변경을 요구하는 활동에 대해 ‘잘하고 계신다’고 속삭이듯 말하고 지나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갑질’을 돈없는(!) 수원시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도 하더군요. 앞뒤가 바뀌어도 유분수지 개발이익금을 환수하는 주체가 왜 ‘을’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불편한 진실

수원의 역사, 문화적으로 중요한 화성행궁 앞 미술관 이름이 ‘아이파크’라는 아파트 브랜드가 사용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첫단추(미술관 명칭)을 잘못 채우면 옷매무새(운영, 컨텐츠)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재정문제 해결과 성과위주의 행정 때문에 많은 공공시설물들이 기업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불편한 현실. 그래서 이번 수원시 최초의 공공미술관 명칭변경 요구는 이 불편한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수원시가 그토록 강조하는 ‘시민참여’를 통한 공공성 회복 운동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쉬움이 많이 남은 공청회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지난 11일 공문을 통해 접수한 시민요구에 대해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은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궁금합니다. 수원시의 입장은 무엇인지, 왜 현대산업개발 측에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는지, 앞으로 시민혈세 수백억이 투자되어야 하는 공공미술관에 대해 왜 이렇게 대기업 앞에서는 저자세로 나오는지...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런 의문이 하나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수원시 관계자의 표현대로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그 시간과 자리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다시한번 바랍니다. 


● 수원 화성행궁 앞 공공미술관, 우리가 직접 이름을 지어 볼까요?


- 얄궂은 ‘아이파크 미술관’ 말고, 수원의 역사와 문화, 시민들의 창의성이 듬뿍 들어간 공공미술관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 공모전에 모아진 미술관 이름은 1월 중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측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 뿐만 아니라 이번 공모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수원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작품과 소품도 증정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참여는 온라인으로 가능합니다. http://goo.gl/Ngr1Th (클릭하면 공모전 페이지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