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대학뉴스(http://www.univnews.net)
이번 주 초반부터였나. 이사도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우리 집 냉장고가 꽉 차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동생이 고3, 수험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 주에 수능이 있지. 수능 바로 전날, 일이 있어 대학로 쪽에 갔다가 한 제과점에서 열심히 수능 찹쌀떡, 엿, 초콜렛 등등을 판촉 중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귀에 들어오는 한 마디.
“우리 학생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날이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우리 삶에서 더 중요한 날은 수능 이후로는 물론이고, 수능 전으로도 얼마나 많은데. 장삿속이라는 건, 좀 어렵게 말해 자본이라는 건, 개인들의 삶조차도 규정하며 이용해 먹으려는 걸까? 수능을 전후해서 자살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건, 제대로 시작도 못해본 삶들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건, 그런 우리 사회의 규정 때문이 아닐까, 라고 멍하니 생각했더랬다.
수능 날 아침 퍼자느라고 동생에게 미처 전해주지 못했던 말이 있다.
“쫄지 마, 씨바.”
그래, 쫄 필요 없다. 더러운 세상이라 수능이 인생을 결정한다, 대학 좋은데 못 가면 한국 사회에선 인간도 아니다, 같은 말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구조를 비판하는 척 하면서 우리를 겁주는 말인지도 모른다(뭐, 물론 저 말 뒤에 어떤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겁주는 세상에 “안 쫄아! 씨바” 를 외치며 펀치 한 방 날려주신 투명가방끈 님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왕창 표명한다.
■ 푸른솔님은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입니다.
'아카이브 > (구)웹진_<다산인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_ 선지영 (0) | 2011.11.16 |
---|---|
안녕! 지역운동~ _ 안병주 (0) | 2011.11.15 |
삼성 해고자 박종태 대리 소송비용 청구 관련 기자회견을 다녀와서 _ 박선희 (1) | 2011.11.15 |
"대학입시거부선언"이라는 불복종의 의미 _ 공현 (0) | 2011.11.15 |
반빈곤 아카데미 후기 _ 염소 (0) | 2011.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