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죽음의 숫자가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쌍용자동차 고의부도와 회계조작의 진실을 동영상으로 알아봐요.
그리고 김정우 지부장님이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곡기를 끊어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입니다.
다산인권센터도 함께 하겠습니다.
단식 돌입 대국민 호소문
곡기를 끊어 생명을 살리겠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는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만나지 말아야 할 숫자 23과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도 정리해고의 후폭풍 앞에서 맥없이 떨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비극의 끝은 도대체 어디입니까. 죽음의 도가니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습니까. 낡은 벽지 속 곰팡이처럼 죽음은 우리 주변을 소리 없이 찾아와 스며들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죽음을 이제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슴이 저려오고 심장이 오그라든대도 이 죽음을 막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가시밭길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소리 나지 않는 이 죽음이 무섭습니다.
한 낮 미물인 나뭇가지도 부러질 땐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23번째까지 이어지는 이 죽음은 어떤 이유에선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너럭바위 같은 억울함의 돌덩이가 목을 막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울분이 기도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분노가 심장박동을 눌렀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출신이란 사회적 낙인은 숨쉬기조차 버거운 희박한 공기 관으로 해고자를 밀어 넣고 말았습니다. 고립과 단절은 두려움과 공포가 되어 시시각각 삶을 죄어오고 있습니다. 살아갈 희망의 다리는 끊긴 채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죽음이 유서가 된 23장의 유서가 우리 앞에 을씨년스럽게 너풀거립니다. 유서를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2009년 5월이 비극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기획파산에 고의부도 여기에 강제적 정리해고와 공권력에 의한 살인진압이 이 죽음의 오롯한 실체입니다. 회계법인은 자본 입맛에 맞춰 2646명이란 죽음의 숫자를 제단 했고, 국가공권력은 제단 된 숫자를 죽음의 제단 위로 기어코 밀어 올렸습니다. 폭력으로 그 존재를 드러냈던 국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고 정치는 행방불명 중입니다. 노동자들은 3년이 넘도록 길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고 쌍용차사태 진상규명을 소리쳤지만 돌아온 건 또 다시 차가운 동료의 시신이었습니다. 겹겹이 쌓여 감당하기 어려운 주검의 산 아래로 통곡소리가 핏물처럼 흘러내립니다. 숱한 방법을 동원하고 갖가지 궁리를 해도 해고자 복직은커녕 자본과 정권의 비아냥 소리만 커갑니다.
청문회는 추악한 외투를 걸친 쌍용차 자본의 첫 단추만 벗겼을 뿐입니다.
청문회에서 여야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한 목 소리로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국회를 통해 확인되고 증명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물론 해고자 복직 문제는 여전히 범죄를 저지른 쌍용차 자본의 손아귀에 놓여 있습니다. 청문회 이후 쌍용차 자본은 보란 듯이 국회 권위마저 조롱했고 해고자를 능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회계조작문제와 기획파산 그리고 공권력의 살인진압 문제는 여전히 공전되고 한 쪽 귀퉁이에 방치된 채 먼지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결국 해고자 복직 문제가 자본의 선택과 선심의 문제로 뒤바뀌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국정조사는 늦출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청문회가 증명했습니다. 조작된 정리해고와 기획된 부도를 밝혀내야 쌍용차 사태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청문회가 확인해 줬습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선후보인 박근혜후보 또한 쌍용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 놓고 있지 않습니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기에 불과합니다. 복지는 주검을 뒤져 찾아야 하는 겁니까. 사회안전망 타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입니까. 노동문제와 일자리 문제의 압축판인 쌍용차 문제야 말로 지금 정치가 필요한 곳이며 해결해야 할 정치 사안입니다.
해고자 복직은 쌍용차 문제 해결의 첫 출발이어야 합니다.
23번째 쌍용차 노동자 죽음의 의미를 직시해야 합니다. 불어나는 숫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낱낱이 파괴되는 개인들의 삶에 주목해야 합니다. 개인의 삶의 붕괴가 가져오는 가족의 파탄과 인간관계의 소멸을 봐야 합니다. 사회구성의 최소 단위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아픔에 공명하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고통을 외면하면 할수록 사회적 갈등과 고통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만 볼 것이 아니라 아파하고 고통 받는 이 사회 모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슴열고 들어야 합니다. 정리해고가 지역을 넘어 전국을 오염시키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는 안방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해고자 복직으로 꼬여있는 쌍용차 문제에 새로운 전환점을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해고자는 공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곡기를 끊고 해고자 복직과 쌍용차 문제 해결을 호소 드립니다. 오장육부가 녹아내려 먼저 간 동지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주십시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역할을 다해 쌍용차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정치가 필요하면 정치를 투쟁이 필요하면 투쟁을 연대가 필요하면 연대를 만들어 주십시오. 쌍용차지부 지부장으로 동지를 지켜내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혈관 따라 죽음이 흐르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다시 상복입고 살아가기가 너무나 버겁습니다.
곡기를 끊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이 길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2012년 10월 10일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단식에 돌입하며
쌍용자동차지부장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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