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카이브/(구)웹진_<다산인권>

“해고를 멈춰, 살인을 멈춰라!” _ 김정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몸에서 향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해고(解雇)! 노동자들에게 사형과도 같은 말,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말이 됐다. 우리 사회에 무분별한 해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우리 노동자들의 외침처럼 해고는 목숨을 앗아가고, 가정을 파탄내고, 한순간 부모 잃은 고아를 만들어냈다. 반면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전무한 상태로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생존권”과 “인권”은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는 탈출구 없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2011년도를 시작하면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더 이상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밀려오는 죽음의 공포 앞에 살인이라는 말 자체가 또 다른 죽음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절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 곁을 맴돌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출신이 “낙인”이 되어 죽음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잔인한 현실 앞에 우리는 다시 “해고는 살인이다, 살인을 멈춰라”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8월 22일, 쌍용자동차지부는 우리들 마음속에 별이 되어버린 15명의 동료들을 생각하며, 77일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구속됐던 노동자들이 먹지 않고, 눕지 않고, 잠자지 않는 “15시간, 별의 별 릴레이 1인 시위 77회”를 시작했다. 이는 억울한 죽음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나로부터의 성찰과 반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 공장복귀의 전망과 희망을 만들어 보자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들이 모여 이루어낸 결의다. 희망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 고통스런 삶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세상과 단절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10월 4일, 77회 릴레이 1인 시위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또 한 번 비보를 접해야 했다. 이번에는 소위 산 자라고 하는 공장안 노동자가 자신의 차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공장안 노동자에게도 또 다른 고통과 고민, 말 못할 심적 스트레스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이 죽음의 문제가 확대되어 또 다른 죽음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에 그 흔한 보도자료 한번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무슨 청천벽력인지 6일 만인 10월 10일,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희망 퇴직한 36세의 젊은 노동자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7번째 죽음이다.
1년 전의 자살기도, 대인기피증, 6개월 전부터는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주변 관계를 정리해 나갔다는 유족의 말은 본인 사진 두 장과 단 하나의 전화번호밖에 남아있지 않은 고인의 핸드폰이 확인시켜줬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보고서와 참여연대 실태 조사에 의하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95%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52%가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으며, 일반 자살률에 비해 3.7%가 높다고 했다. 조사 보고서의 모든 것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세어보는 숫자 17,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2646명, 
늘어나는 수만큼 줄어드는 수가 더 두렵다.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번 죽음이 단순한 죽음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쌍용자동차 사측의 살인이고, 이 나라 정권의 살인이고, 사회적 타살임을…….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죽어간 동지들이 끝내 보고자했던 공장복귀의 염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것이다. 그것은 숨져간 동지들과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는 상하이 먹튀자본과 경영진, 안진 회계법인과 삼정KPMG의 회계조작으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의 공장복직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 편집자 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2009년부터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전개해오면서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17명의 생떼같은 목숨을 하늘로 올려보내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후원을 요청드립니다. 후원 해주시는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1. CMS 정기후원
- 쌍용차지부 홈페이지에서 CMS 정기후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후원회원 신청하기 (클릭하세요)

2. <참 대리운전> 이용하기
- 아래 명함 참조하셔서, 대리운전 이용하시면 이용금액의 15%가 쌍용차 지부로 전달됩니다.




* 김정운님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사진은 참세상(http://www.newscham.net/)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