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의 아픔이 다시 떠오른다. 지난 5일 경기 화성 싱크대 제조공장 엠프라임에서 23살 라오스 이주노동자 V씨가 합판더미에 깔려 숨졌다. 지금 V씨는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채로 화성 유일병원 영안실에 누워 있다.
엠프라임은 주방에 들어가는 싱크대와 합판을 만드는 공장으로 V씨는 일한 지 1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언론은 공장 내부에 세워 둔 장당 무게 15㎏가량, 높이 2.4m, 폭 1.2m의 나무합판 13장(총 195㎏)이 V씨를 덮치면서 발생했다고 보도됐다. V씨는 동료 노동자가 합판을 빼내는 과정에서 합판이 무너지지 않도록 손으로 합판을 지탱했다고 한다.
그 무거운 합판더미를 손으로 지탱하다니 말이 되는가?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량물을 취급하려면 사전에 작업계획서가 있어야 하고, 그 작업계획서에는 작업순서, 작업방법, 위험요소 예방대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물품의 무게와 무게중심에 대해 안내표지가 있어야 하고 작업지휘자도 있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분명하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재해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구비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써야 한다.
경기이주평등연대가 만난 엠프라임의 팀장은 “그렇게 일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빨리 작업을 하려다 사고가 났다”라고 대답했다. V씨가 작업을 빨리 했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처럼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수많은 소규모사업체에서 아무런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안전 장비도 없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로 일하고 있다. “빨리빨리”말이 상징하는 자본의 속도를 위해 맨몸으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미숙련 이주노동자를 안전 대책이 없는 소규모사업체에 마구잡이로 투입하면서 산재예방과 관리감독은 하지 않고 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막아 놓고 사업주의 임금체불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과 정부의 억압이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매일 위협하고 있다.
머나먼 땅에서 꿈꿀 수 있는 시간도 많이 갖지 못하고 너무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V씨를 추모한다. 그의 서러운 죽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조사,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울 것이다.
2024년 11월 11일
경기이주평등연대
(노동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노총 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수원이주민센터,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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