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심해도 되는 4월이 아니다.
4월은 긴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길목이다. 아직 녹색이 되지 않은 연두 잎들이 꽃보다 먼저 고개를 내민다. 벚꽃은 핀다는 말도 없이 만개 해, 하얀 눈처럼 흩날리며 그 몫의 계절을 마친다. 그런 일들이 그 해에도 있었다. 바다는 땅의 온도보다 차가웠고 304명 생명이 다 하던 순간에도 지나치게 찼다. 당시만 하더라도 7년이 지난 후면, 그토록 무섭고 무거웠던 재난의 책임을 누군가는 지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참사의 현재는 오늘도 진행형이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 시간이라는 강력한 망각장치에 수용되지 못하는 슬픔의 존재를 배웠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사건으로 이어졌던 재난과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사회임을 고백했다. ‘미안하다’는 말들의 범람은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미안하다는 말들의 주인은 그제야 국가의 부재를 깨달은 물방울 같은 n분의 일에 불과했는데 너나없이 자신의 책임이라 말했다. 정작 책임져야할 이들의 대답은 없었다.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의 질문이 진실을 묻는 말이 되었다.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은 오지 않았다. 오늘도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부고를 들어야 하며, 생명이 이윤보다 값싼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년은 멈춘 시간이 아니었다. 다른 사회는 오지 않았으나, 다른 사회를 향해 움직인 사람들은 스스로 다른 사회였다. 참사이후 처음으로 사회를 향해 발언하기 시작한 많은 시민들로 인해 그렇다. 그들은 때로 모여 눈물을 흘렸고, 노란 리본을 만들었고 노란 리본을 자신의 가방에 달았다. 피켓을 들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멈추지 않았다. 7년이 지난 올해도 수원 행궁광장에서 진실의 연을 날렸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날 이후 멈추지 않았다’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촛불이 혁명에 미쳤던 항쟁으로 남았던 그 힘은 그들에게서 나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산인권센터의 계절도 멈추지 않았다. 아직 안심해도 되는 4월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해야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한 어떤 시민들의 가치와 그들의 동맹으로 인해 힘을 얻었다. 29살의 인권이는 자신들이 뿌리를 내린 땅에서 다시 피해자들과 시민들과 손을 잡는다. 봄이 봄답기 위해서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찾아온 위기기 잦아들 줄 모르는 하루 하루를 온몸으로 통과하느라 앓는 병처럼, 2021년의 첫 번째 몸살을 내 놓는다.
202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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