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입장•성명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서울시는 서울역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효자동삼거리 신문로 및 주변인도, 종로 1가 도로 및 주변인도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근거해 이러한 조치들을 실시했다 밝혔습니다. 이렇게 금지된 집회는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뒤이어 각 자치구 역시 집회금지 고시를 계속해서 내고 있습니다.

방역을 이유로 집회가 금지되면서 침해된 권리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가로막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겪은 생존위기를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에게는 불법집회 개최 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되었고, 장애인, 청년들의 집회도 금지되었습니다. 위법한 해고에 저항하기 위해 모인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농성장은 계속해서 철거당했습니다. 광화문 마사회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농성장 역시 강제철거를 당했습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권리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무분별한 집회금지로 인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들은 방역을 위해서는 집회를 무기한 금지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역과 집회의 자유는 결코 대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면서 모이고 외칠 권리를 누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미 방역과 함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모두가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민들의 중요한 일상이자 헌법상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권리인 집회가 예외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가 드러나는 지금, 차별과 낙인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모이고 연결될 권리는 더욱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시민,사회,노동,인권단체들이 함께 어제(7/2) 오후 1시에 서울시청사 앞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기자회견은 각 참가자들이 간격을 두고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현수막을 들고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에는 서울시청사 앞을 현수막을 들고 에워싸는 현수막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집회의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만큼 아무리 코로나 19 상황이라고 해도 이를 무기한 전면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입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것은 정부 및 지자체의 책무입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더 모이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집회금지조치 철회하라

서울역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신문로 및 주변인도, 종로 1가 도로 및 주변인도, 기타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인근 장소들에 대해 서울시 집회 금지 조치. 동작구, 영등포구, 동대문구, 서초구, 강남구, 종로구 관내 집회금지 구역 지정. 인천시 시청 주변 집합금지 고시. 대구시와 성남시 관내 모든 지역 집회 금지. 광주시 시 전역에 대해 ‘집회 금지 긴급 행정명령’ 발동.

계엄령이 발동됐나? 군사쿠데타라도 일어난 것인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각 지자체들이 앞 다퉈 취한 집회금지조치들이다. 마치 집회금지조치가 최선의 방역조치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하게 집회금지를 선포하고 고시한다. 코로나19로 생존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동절에 모인 이들에겐 불법집회 개최 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되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장애인, 청년들의 삶을 증언하기 위한 집회도 금지되었다. 인천공항 노동자 수천 명이 사실상 해고에 내몰린 가운데, 해고된 노동자 6명의 농성장이 벌써 3번째 철거당했다. 지난 2월 광화문 마사회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농성장도 강제철거를 당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에 머무르라고 하지만 철거민들은 안전하게 머무를 공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 그 곳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여당 국회의원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전쟁이 맞긴 맞나보다. 코로나가 아닌 시민들과의 전쟁 말이다. 이렇게 모이고 말하고 행동할 권리, 집회·시위의 권리를 빼앗긴 이들이 여기 모였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안전하게 집회하고 싶다

집회·시위와 안전에 대한 권리는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나, 불가피하게 제한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방역과 함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 모두 하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봉쇄 조치 한 번 없이 대중교통 출퇴근, 가게영업과 같은 경제활동이 계속되었고, 등교도 시작됐다. 집회·시위 역시 우리의 중요한 일상이자 기본권이며,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히 필요한 권리이자 활동이다. 이미 집회참가자들은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발열체크와 같은 방역수칙 들을 지켜가며 집회·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대부분 옥외에서 개최되고, 사전신고체계 등을 갖춘 집회·시위는 오히려 방역이 용이하다. 집회금지조치가 정말 방역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묻게 된다.

코로나19라서, 우리는 모이고 말하고 행동한다

코로나19는 공중보건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고, 돌봄 체계가 중단되면서 아동, 장애인,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여성들은 가장 먼저 해고되면서 동시에 돌봄을 전담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감염자를 둘러싼 사회적 낙인과 혐오는 반복됐고 이는 소수자 집단으로 쉽게 옮겨갔다. 이주민들은 재난지원금, 마스크 지원 등에서 배제된 존재임을 확인해야 했다. 이 모든 문제들은 누군가 기자회견, 집회·시위, 온라인 등을 통해 말하고 모이고 행동했기 때문에 알려졌다. 지자체의 방역을 핑계된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했기 때문에 모였고 행동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더 모이고 연결되어야 한다.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분주하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장 먼저 집회금지조치를 시행하면서 모든 집회·시위가 감염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기한 제한도 없이, 특정 장소에서의 모든 형태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서울시와 전국 지자체의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시위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조력하는 것이다.

2020년 7월 2일

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공권력감시대응팀(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빈곤사회연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청년사회주의자모임,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