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수원 지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집중적인 보도와 일부 누리꾼들에 의한 감정을 앞세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채 '국적'을 이유로 '범죄집단화' 시키는 논리는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아닙니다. 도리어 이들에 대한 반인권적인 행위들을 조장할 뿐입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과 정부의 안일한 대응, 확산되는 빈곤의 문제 등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에 다산인권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경기이주공대위 '무지개'>에서 관련 논평을 냈습니다.
[논평]
이주민 집단 범죄화 이전에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고민이 먼저 되어야 한다.
- 수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살인사건에 대한 일부 시각에 대하여 -
지난 4월 1일 수원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여성이 조선족 동포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그것이다. 112에 신고해서 구조를 기대했지만 경찰은 그녀를 구조하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말았다. 공안 사범을 잡거나, 집회하는 노동자들을 때려잡는데 앞장 선 경찰은 민생치안에는 신경쓰지 않고,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았다.
쌍용자동차에서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다스렸던 경찰이 민생치안에 신경 썼더라면, 용산 참사에서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조금 더 시간을 썼더라면, 저 멀리 제주 강정까지 파견을 나가 작은 마을의 평화를 뒤흔드는 경찰 기동대의 힘을 민생치안으로 돌렸더라면 이런 참혹한 결과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권력은 이명박 정권이 행하는 국책 사업에 폭력 기동대로 몰려가 노동자와 시민을 때려잡는 것이 아닌 민생치안을 위협하는 범죄자를 잡는데 그 공력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과정에서 경찰의 무능함이 온 천하에 공개되었다. 누군가는 사퇴를 하고, 반성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하는 것은 이 나라 정권이 공권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하여 심심치 않게 외국인 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4월 22일 방영된 KBS 취재파일 4321에서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 왜?’라는 꼭지로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보도되었다. 이 꼭지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왜 늘어나고 있는지, 외국인 밀집지역이 어디인지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였다. 경찰을 동행 취재하면서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범죄가 다수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늘어남으로 인해 범죄가 일어나고, 그 지역이 슬럼화 되는 것을 자세하게 보여준 반면, 정작 이주 노동자가 늘어나는 실태와 정부의 이주 노동자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주 노동자의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이 나라 이주노동자 정책과 결코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몇 십년동안 이주 노동자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왔다.
과거 산업연수생이나 취업차 입국한 노동자들과 더불어 이제는 결혼 이주민들의 유입으로 다문화 사회를 지향한다는 정책이 나올 만큼 이주민의 수가 늘어났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꾸준히 이주 노동자들의 수를 맞추기 위해 인간사냥을 하듯 단속하고, 강제추방을 일삼았고, 또 한편으로는 코리안 드림을 이야기 하며 이주 노동자들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타 민족이라는 차별 속에 임금체불과 성폭력, 단속추방 과정에서의 사망사건, 국제결혼 과정에서 남편에게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일들을 겪었다. 이런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었지만 정부의 일관된 이주민정책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다문화를 이야기 하지만 말로만 다문화 일뿐 정작 그들의 권리는 더욱 박탈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런 살인사건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안좋은 시각이 확산 되는 것도 문제이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야기 되는 것은 인종혐오주의와 이주민 집단의 범죄화이다. 범죄자 한 사람의 문제를 그 집단이 속한 전체로 확산 시키고,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이야기 하는 일부 언론의 논조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주민 집단의 잠재적 범죄화를 이야기 하기 이전에,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주민의 정책과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인종차별 주의와 다문화 배척의 문제를 먼저 거론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몇 해전 미국 버지니아에서 이민자인 조승희에 의해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수 많은 사상자를 낸 끔직한 범죄로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사건 이후 미국사회가 보여준 것은 조승희로 대표되는 한국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범죄화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사회가 받아주지 못한 이민자의 범죄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모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화와 이주민 주거지를 슬럼화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다양성을 받아주지 못하는 차별과 인종주의에 근거한 우리의 시각에 대한 반성을 말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모습은 이주민들의 범죄화에 대한 우려가 아닌, 이주민들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차별과 우려의 시각을 걷어내야 할 것이다. 이주민의 범죄화를 이야기 하기 이전에 한국 사회의 쓰다 버리는 이주민 정책과 준비 안된 다문화 주의, 차별과 인종주의에 근거한 이주민에 대한 배제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민생치안에 신경쓰지 않는 경찰의 무능함과 정권의 무책임함을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의 인종차별주의, 외국인 범죄화에 대한 우려를 이주민 집단 모두의 문제가 아닌 이 나라 정책과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의 시각에서 다시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2012년 4월 24일
경기이주공대위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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